-가족여행에 걸맞은 승차감과 정숙성 돋보여
-강화된 편의·안전품목으로 경쟁력 ↑


최근 자동차 소비 트렌드를 보고 있으면 확실히 대형 SUV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거친 길을 돌파하는 오프로더의 매력 이상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안락한 여행의 동반자로서 대형 SUV에 대한 소구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카 시트와 아이들의 짐이 가득한 커다란 가방을 스트레스 없이 실을 수 있는, 그러면서 가족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부분 변경으로 돌아온 혼다 뉴 파일럿도 대형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된 제품이다. 편의 품목에 대한 아쉬움도 잘 보강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을 상상하며 뉴 파일럿을 경기도 화성과 충청북도 진천 일대에서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부분 변경인 만큼 디자인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그러나 곳곳에서 발견하는 개선점은 뉴 파일럿의 신선함을 효과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전면 인상은 강인하다. 더욱이 존재감도 한층 강해졌다. 최신 혼다 디자인 기조 '플라잉 윙'을 적용한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의 역할이 크다. 풀 LED 헤드램프도 충분한 광도를 확보하는 건 물론 또렷한 인상을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역시 풀 LED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대형 SUV에 걸맞은 볼륨감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크롬 장식으로 강세를 준 사이드 가니시와 20인치 알로이 휠, 역동적인 디자인의 스키드 플레이트로 한껏 멋을 부렸다. 이전 대비 조금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은 확연하다. 물론 제원표상 뉴 파일럿은 이전 대비 50㎜ 길고 20㎜ 높다.


실내 공간을 창출하는 혼다의 패키징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뉴 파일럿에서 혼다의 솜씨는 빛을 발한다. 출발 전 운전석부터 3열까지 차례 차례 앉아봤다. 3열이 2열보다 미묘하게 높다. 뒷좌석에 앉아도 시야가 답답하지 않도록 만든 배려다. 곳곳에 배치된 컵홀더와 수납공간도 반갑다.


3열을 다 세운 상태에선 467ℓ 부피의 짐을 실을 수 있다. 3열을 접으면 1,325ℓ, 2열까지 접으면 2,376ℓ까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짐의 크기에 따라 적재 공간의 칸막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아이디어다.


시승차는 2열에 독립식 캡틴 시트를 적용한 엘리트 트림이다. 착좌감이 좋을 뿐 아니라 타고 내리기 편하고 시트 포지션 조정도 자유롭다. 3열 공간도 충분하다. 형식적인 배치가 아니라 탑승객의 편안함을 고려했다. 그래도 어른보단 아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공간이다.


처음 경험하지만 운전석에서 익숙함이 느껴진다. 오딧세이와 동일한 구성의 7인치 TFT 디지털 계기판 덕분이다. 주행속도, 냉각수 온도, 연료 잔량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작동하는 신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혼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이야기할 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상품성 강화를 위해 혼다는 뉴 파일럿에 고급 트림을 추가했다. 국내 소비자도 이제 캐빈 토크와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앞좌석 통풍 시트, 2열 캡틴 시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 프리미엄 오디오, 핸즈 프리 기능을 지원하는 파워 테일게이트 등도 전 트림 기본 적용했다. 스마트폰과의 궁합도 좋다. 애플 카플레이를 기본 지원하며 추후 안드로이드 오토도 추가할 예정이다.


캐빈 토크 기능은 유용하다.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운전석 마이크를 활성화하면 스피커와 헤드셋을 통해 뒷좌석에 목소리를 전달한다. 뒷좌석 탑승객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스티어링 휠 등에 활성화 버튼이 별도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말 한마디 하기 위해 매번 화면을 완전히 전환하는 건 아무래도 번거롭다.

먼 길을 떠날 때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번거로움을 꽤 덜어줄 것 같다. 10.2인치 모니터가 2열 지붕에 자리 잡았다. 무선 헤드셋과 리모콘을 제공하고, HDMI 단자로 외부장치 연결이 가능하다. 자칫 지루해 할 아이들에게 널찍한 화면으로 영상을 보여주기 제격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하다. V6 3.5ℓ 직분사 I-VTEC 가솔린 엔진은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284마력, 최대 36.2㎏·m의 성능을 발휘한다. 유종을 가리지 않고 다운사이징 터보가 대세가 된 요즘 (상대적으로)대배기량 가솔린 N/A 엔진이 주는 호쾌한 주행 감각이 새삼 반갑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8.4㎞(도심 7.4, 고속도로 10.0㎞/ℓ)를 인증 받았다. 크기를 생각하면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 VCM은 체구가 큰 파일럿의 먹성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정속주행 등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실린더의 일부만 가동해 차를 움직인다.


변속기가 9단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조작 방식도 버튼식으로 바뀌었다. 신형 어코드에서 먼저 만나본 구성이다. '큰 차엔 큰 기어노브'란 선입견이 있다 보니 처음엔 어색했다. 그런데 운전석 팔 걸이를 조절하니 의식하지 않아도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기어 버튼 쪽을 향하게 놓여진다. 디자인에 많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구동방식은 AWD다. 전자식 구동력 배분 시스템 I-VTM4는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뒷축에 힘을 전달한다. 정통 오프로더가 아니기 때문에 네바퀴굴림을 적극 활용할 상황이 반갑진 않다. 잠깐의 비포장도로나 겨울철 미끄러운 도로에서 안정감을 받을 정도면 충분하다. 인상적인 정도는 아니지만 지능형 지형 관리 시스템은 일반, 눈길, 진흙길, 모랫길 등 네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출발 가속은 무겁지도 과격하지도 않다. 말 그대로 편안하게 첫 발을 땔 수 있다. 가족형 SUV에 어울리는 거동이다. 그렇다고 운전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혼다는 대형 SUV에서도 운전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구간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흔들림을 잘 잡았다. 차체가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충돌 안전성과 주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차세대 에이스 바디(ACE) 덕분이다.

뼈대가 단단하니 움직임이 정확하고 실내는 조용하다. 기분 내키는 대로 잡아 돌리는 차는 아니지만 고속도로 진출 구간 등 급커브에서도 자세를 유지하는 한계점이 상당하다. 운전자 의도대로 정확하고 편안하게 잘 따라온다. 묵직하지만 경쾌하다. 제동감도 비슷하다. 송곳 같은 제동은 아니지만 신뢰감을 준다. 의도한대로 어렵지 않게 멈춰 세울 수 있다.


안전 패키지 '혼다 센싱'의 구성이 흥미롭다. 후측방 경고시스템과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가 추가됐다. 리어범퍼 양쪽에 장착한 레이더 센서가 사각지대로 접근하는 차를 감지,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울린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은 물론 후진 시에도 사각지대 경고 기능이 작동한다. 리어 카메라에 화살표로 다른 차의 위치를 알리는 기능도 포함한다. 이제 많은 운전자들에게 익숙해진 전방추돌 경고 시스템,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도로이탈 경고와 차선유지보조 등도 기본 적용했다. 패밀리카의 중요한 덕목인 안전성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총평


국내 대형 SUV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수입 대형 SUV의 절대 강자 포드 익스플로러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가운데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출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혼다가 상품성을 강화한 뉴 파일럿으로 더 큰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좋은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2세대 파일럿으로 일본 대형 SUV의 가능성을 확인한 혼다가 작정하고 3세대 부분 변경차를 적시에 국내 시장에 투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다 뉴 파일럿 엘리트 4WD의 가격은 5,95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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