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휴전이라는 호재에 증시가 상승 탄력을 채 받기도 전에 악재가 등장했다. 이번엔 '유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를 공식 종료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경제의 주축국들이 정치적 불안으로 씨름하는 가운데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27포인트(1.30%) 내린 2068.2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장 내내 낙폭을 확대하며 1%대의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0.11포인트(0.29%) 상승한 24,597.38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53포인트(0.02%) 하락한 2650.54, 나스닥 종합지수는 27.98포인트(0.39%) 내린 7070.33에 거래를 마쳤다.

전반적으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유지됐지만, 시장의 투자심리를 부양할 만한 추가적인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증시를 끌어내릴 만한 부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말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ECB는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2조6000억유로(약 3300조원)의 돈을 푼 양적완화를 끝냈다.

양적완화 정책은 정부의 국채나 금융자산 매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것이다. 유럽의 경제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양적완화를 종료했다고 풀이할 수 있지만, ECB는 같은날 유럽경제가 직면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9%로, 내년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언제든 양적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지만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무역긴장, 지정학적 혼란, 금융시장 변동성을 꼽으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도 언급했다.

정치적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표류하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경제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 '노란조끼'의 요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전격 수용됐으나 정국 불안 우려는 완전히 씻지 못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정치문제는 올해 무역분쟁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주축으로 작용했다"며 "브렉시트 협상부터 이탈리아 재정 문제, 프랑스 시위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증시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평소라면 유럽시장의 변화가 국내증시까지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아직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킬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작은 악재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유럽 내 정치·경제적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까지는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유럽의회 선거로 인한 정치적 리더십 변화는 또다른 불확실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내년 5월 선거 전후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여 올해와 마찬가지로 정치 불안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심리 약화가 실물 경제까지도 위축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에 박스권 탈출 시도를 하던 코스피지수의 반등 동력도 한풀 꺾일 수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1월 이후로 2050~2130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횡보 중으로 박스권 상단선의 저항이 강하다"며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은 아직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킬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일단은 불규칙한 반등 국면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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