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등 시장의 기대와 달랐던 정책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두 정책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두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논의되고 있는 대책들을 보면 산업 현장의 급박한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정부는 다음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는다. “노동계에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고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편 방안은 202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적용된다. 보름 남짓 뒤부터 또 다락같이 오르게 돼 있는 내년 인상분에 대해 상공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없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내년 1월1일부터 두 자릿수(10.9%) 인상이 더해지게 돼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75%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미 예고된 인상률 자체를 낮출 수 없다면, 업종·지역·연령별 차등화 조치로 보완해야 한다는 게 현장 상공인들의 요청이다. 서울 강남과 농어촌 벽지 편의점의 수익과 종업원 근로 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단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당·보너스가 비대한 임금구조를 그대로 두고 최저임금을 산정할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산입기준을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대졸 초임 연봉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이 ‘최저임금 미달’이라며 시정 지시를 받은 것은 해괴망측한 일이다.

기업들에 최저임금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게 내년 1월1일부터 계도기간 없이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제도(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다. 특정 기간에 일감이 몰리는 업종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평균적으로 주 52시간을 맞추는 대신 일정기간 더 근무토록 하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을 즉각 허용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노조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며 이를 위한 입법을 내년 2월로 미뤘다. 고용노동부는 처벌 유예 연장 문제에 대해 “이달 말 이전에 방침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확실한 정부방침이 내려지지 않음에 따라 기업들은 당장 1월 중 일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속이 타들어간다.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온갖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 세계 경제 둔화 조짐, 여전한 미·중 무역 갈등, 신흥국 불안 등 대외 변수에다 각종 규제, 최저임금 급속 인상, 주 52시간 근로 문제 등이 겹쳐 내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대외 변수는 어쩔 수 없더라도 국내 불확실성은 조속히 걷어내 줘 기업들을 뛰게 해야 한다. 홍 부총리는 “시장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보완책부터 빨리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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