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하는 벤처캐피털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

“올해는 신규 벤처펀드 조성에 주력한 해였습니다.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해줄 하이테크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내년 목표입니다.”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수시장이 작은 제조업 강국 한국의 성장 벤처는 결국 제조 하이테크에서 나올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81년 설립된 KTB네트워크(당시 한국기술개발)는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꼽힌다. 최근 12억달러(1조3300억원)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핀테크(금융기술)업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 동남아시아 차량공유업체 그랩 등이 KTB네트워크의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VC 업계 37년차 베테랑으로 2008년부터 KTB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신 대표는 올해를 ‘준비의 한해’로 평가했다. 올해 투자금은 약 1000억원으로 지난해(1400억원)에 비해 줄었다. 투자는 국내보다 중국 등 해외에서 주로 이뤄졌다. 중국 인공지능 회사 클로보틱스와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칼스젠 등이 KTB네트워크가 올해 투자한 주요 기업이다.

KTB네트워크는 올해 역량을 펀딩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한국성장금융 성장지원펀드 벤처리그 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11월엔 국민연금 벤처펀드 위탁운용사로도 선정됐다. 여기에 사학연금을 포함한 총 10곳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매치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중이다. 운용자산(AUM) 규모는 8700억원대로 늘었다.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도 앞두고 있다. 신 대표는 “내년엔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기업공개(IPO)를 통해 KTB네트워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별 강점에 주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것이 신 대표의 투자 전략이다. 국내 벤처기업 중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등 첨단 제조 관련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신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응해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공장효율화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하이테크 제조 분야는 언어나 문화의 장벽 없이 수출을 통한 글로벌 성장이 가능한 분야”라고 말했다.

KTB네트워크가 2016년 단독으로 20억원의 초기 투자를 한 협동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가 대표적 사례다. 뉴로메카는 올해 170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 유망 투자처론 중국과 인도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투자 시장도 급격히 냉각된 상황”이라면서도 “5~6년 뒤 실적을 바라보는 벤처 투자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방대한 시장과 우수한 인재가 장점인 중국에선 바이오, 시장이 세분돼 있어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은 인도에선 IT 기업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대표는 최근 서비스 업종에 치우치는 벤처 창업 트렌드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신 대표는 “벤처 투자 시장에 자금은 넘쳐나지만 정작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요즘 VC업계의 고민”이라며 “바이오처럼 글로벌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분야는 결국 하이테크에 있는 데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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