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緣 끊은 지가 언젠데 왜 전화하느냐, 알아서 처리 하세요"

1人 가구 증가 등 유대감 약화
가정 불화·경제적 빈곤도 한몫

서울 작년 무연고 사망자 중 67%는 가족들이 수습 거부
지자체 마지못해 장례 떠맡아

유골 10년 보관 후 합동 봉안
가족 찾아가는 비율 4% 불과
지난 10월30일 사망한 김모씨의 유골은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시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 안치됐다. 무연고 사망자 3300여 명의 유골함을 보관하는 곳이다. 용미리 시립묘지에는 수만 명이 잠들어 있어 주말마다 추모 행렬이 이어지지만, 무연고 추모의 집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김씨는 유가족이 있는 ‘가족 있는 무연고자’다.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그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유가족과 연락이 됐지만 시신 수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무연고 사망자 절반 이상 가족 있어

과거 행려병자나 노숙자 등이 대부분이던 무연고 사망자 중에 가족이 있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유가족이 시신 수습을 거부해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사망자들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중 가족이 있는 사망자 비중은 67.2%로 절반이 넘는다. 2015년 58.6%, 2016년 60.7%로 매년 늘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을 찾을 수 없는 사망자는 물론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포기한 사망자도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시·군·구청은 관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 직계비속 등의 순으로 연고자를 찾는다. 이때 유가족이 경제적 빈곤이나 가족 관계 단절 등을 이유로 행정관청에 장례 절차를 위임하겠다는 ‘시신 처리위임서’를 쓰면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 유가족과 연락이 두절돼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립 화장장인 승화원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는 추모의 집에 안치된 뒤에도 10년간 가족을 기다린다. 이 기간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다른 유골과 함께 합동 매장된다. 승화원 관계자는 “내년 봄에 2007년과 2008년에 안치된 유골함 500여 개를 합동 매장할 계획”이라며 “가족이 유골함을 찾아가는 비율은 4%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부담…사회문제로 대두

무연고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은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2013년 1280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늘어 2017년 2020명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1인 가구도 늘었다. 2000년 전체 가구 중 15.5%에 불과하던 1인 가구 비중은 작년에 28.6%가 됐다. 가족 간 유대감도 약화됐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유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을 때 ‘연을 끊은 지가 언제인데 왜 전화를 하느냐’고 시신 수습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지자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에선 가족이 외면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늘면서 많은 지자체가 친족을 찾는 비용, 시신 보관 비용, 장례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게 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6년 일본 지자체의 장례부조비용은 80억7000만엔(약 807억원)으로 10년간 약 1.5배 늘었다.

조아란/파주=김남영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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