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지방분권 추진이다. 문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 실현’을 약속했다. 주민에게 조례 제·개정 및 폐지 권한 부여, 지방재정 분권 강화 방안 등 후속 조치들을 잇따라 내놨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교통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 시대에 ‘지방분권 강화’가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현행 지방자치제도는 광역 시·도와 기초 시·군·구로 이원화된 행정 체제에다 광역·기초 의회까지 중첩돼 있다. 많은 혼선과 비효율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과잉 민주주의’라는 말도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지방분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회는 지난 8일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해 내년 지방에 약 3조3000억원을 더 지원하는 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방 재정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지자체가 재정 운용 역량을 갖췄느냐다. ‘추경 중독에 빠진 지자체’를 파헤친 한경 기사(12월10일자 A1, 3면)는 지자체들의 주먹구구식 재정 운용 실태를 보여줬다. 지난해 각 지자체가 편성한 추경은 총 45조원으로 본예산(약 259조원)의 17%에 달했다. 추경을 남발해놓고 정작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남은 세계 잉여금만 추경 규모와 맞먹는 44조원에 달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한 기초단체 의회에서는 본예산(4424억원)과 맞먹는 규모로 편성된 추경안(4407억원)이 제출됐는데도 제대로 된 경위 추궁 없이 통과시켜주기까지 했다. 세금 귀한 줄 모르고 멋대로 써대는 지자체들에 “연방 수준의 분권을 수용할 자격이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