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최대 실적 예상에도 자기자본 확충 안돼 아쉬워"
한국투자증권이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중간배당금으로 1600억여원을 지급한다. 한국금융지주는 이 자금을 다른 자회사를 돕는 데 쓰기로 했다. 한투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계열사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 한투증권이 보통주 한 주당 4553원씩 총 1600억2793만원을 오는 27일 현금 배당한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한국금융지주는 한투증권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같은 날 한국금융지주는 다른 자회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큐파트너스에 각각 500억원, 3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투자캐피탈에 대해서는 1100억원 규모 차입금에 대한 채무보증 결정도 내렸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금으로 한국금융지주에 2302억원을 지난 3월 지급했다. 이로써 한투증권이 올해 한국금융지주에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은 3902억여원이 됐다. 한투증권이 올 들어 3분기까지 올린 순이익 규모는 약 4135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이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만큼 매년 순이익의 상당액을 모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로 보고 있다. 한투증권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전년도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을 매년 상반기 한 차례씩 했다.
2016년부터는 한투증권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다음해 결산 배당 이전에 미리 지주사에 중간 배당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2016년 11월 한국금융지주에 지급한 중간 배당금(9621억원)은 한투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했던 ‘자기자본 4조원 요건’ 충족을 위한 유상증자(1조6920억원)에 활용됐다.

지난해부터 한국금융지주는 한투증권에서 받은 배당금을 다른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로 쓰고 있다. 지난해 8월 한투증권은 한국금융지주에 2500억원을 중간 배당했다.

이 자금은 당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29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쓰였다. 지난 3월 한투증권의 결산 배당금 2302억원 역시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유상증자(1860억원) 참여 등에 사용됐다.

한투증권 안팎에서는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익금이 다른 초대형 IB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기자본 확충 등에 쓰이지 못하는 건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6월 말 4조3449억원에 달했던 한투증권의 자기자본은 지주사에 대한 배당이 계속되면서 올 9월 말 현재 4조4439억원으로 1년3개월간 약 1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증권(4조2232억원→4조5959억원)과 KB증권(4조2162억원→4조4933억원)은 자기자본을 크게 늘려 한투증권을 추월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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