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사막 경주대회서 시작한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
자율주행차 넘어 ‘플라잉카’ 개발도 가속화
한국은 거미줄 규제로 인재들 해외로 떠나
"카풀 서비스도 안되는데 무슨 자율주행차냐"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서 주행하고 있다. 웨이모 제공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대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선보였다.

‘웨이모 원’이란 이름이 붙은 이 서비스는 차량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우버처럼 스마트폰으로 호출해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은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한다. 오작동에 대비해 엔지니어가 운전석에 앉아 있지만 핸들 조작은 전혀 하지 않는다.

사람 없이 혼자 달리는 무인차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구글 웨이모뿐만 아니라 우버 등도 미국 피츠버그, 피닉스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 앱(응용프로그램) 화면

구글 웨이모가 처음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하면서 ‘완전한 무인차’도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율주행차 개발의 역사는 14년 전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열린 한 경주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군사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초기 단계의 자율주행차 경주대회 ‘그랜드 챌린지’를 열었다.

당시 예선을 통과한 차량 15대 가운데 2대는 시작 전에 기권했다. 1대는 시작과 동시에 전복됐고, 3시간 넘게 달린 차는 4대뿐이었다. 가장 멀리 간 차가 고작 11.9㎞를 달렸을 뿐이다.

서배스천 스런 교수

대실패는 오히려 강한 자극이 됐다. 2005년 열린 제2회 대회에선 5개 팀이 240㎞를 달려 결승점을 통과했다. 상금 200만달러를 받은 우승팀은 ‘스탠리’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로 출전한 스탠퍼드 대학팀이었다. 이 팀을 이끈 인물이 바로 ‘자율주행차의 아버지’ 서배스천 스런 교수다. 우버에 영입된 앤서니 레번다우스키 같은 이도 이 대회에 참가해 자율주행차 꿈을 키웠다.
스런 교수는 이후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의 눈에 띄어 2007년 구글에 영입된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의 탄생을 알리는 시점이다.

스런 교수는 이제 자율주행차를 넘어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교통 혁명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그는 개발 중인 플라잉카 ‘키티호크’의 개념과 제작 과정 등을 자신이 창업한 온라인 교육 업체 유다시티에 공개하기도 했다. 스런 창업자는 “지금은 자율주행차가 매우 뜨거운 이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큰 관심이 없었다”며 “앞으로 3년 뒤엔 플라잉카가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배스천 스런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플라잉카

구글뿐만 아니라 GM 포드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들과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 운송수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세계 모빌리티 산업 시장이 2030년 6조7000억달러(약 7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빌리티 산업 시장 가운데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0.86%에서 2030년 22.4%로 대폭 커질 전망이다. 반면 자동차 제조·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78.6%에서 59.7%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차량 공유, 자율주행 택시 등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이미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5년 가까이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거미줄 규제’ 탓에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달 구글 웨이모를 예로 들며 “우리가 뛰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날고 있다”며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 정부, 기업 등이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사업을 해보면 꽉 막힌 규제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카풀 서비스도 규제와 기득권에 부딪혀 좌절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리콘밸리=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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