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아쉬운 정부 vs 수익 내야 하는 기업 vs 임금 올리려는 노동계'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5년 동안 임금 및 단체 협약 없이 공장을 운영하자는 현대차 제안을 노동계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중재자로 나섰던 광주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애초 현대차는 광주시 제안에 5년 동안 임금 및 단체 협약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여 광주시가 노동계와 협상에 나섰지만 노동계 반발에 후퇴하며 해당 조항을 없앴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현대차가 중재안을 거부했다. 이후 광주시는 애매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신설법인 첫 해 합의가 유지되도록 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쟁점은 '특별한 사항'을 노사 모두 입맛대로 해석할 가능성이다. 애매한 조항은 해석의 차이를 유발하고 이는 훗날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확실히 해놓고 시작하자는 게 현대차와 노동계의 입장이다. 미래의 불안정성을 최대한 제거해야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 입장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옵션일 뿐 필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는 일자리가 늘어 여러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잘 먹고 잘 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업은 주거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광주시가 제시한 임금 수준도 '먹고 사는 것'은 충분하다고 맞섰다. 더욱이 국내 생산을 늘리는 것 자체를 억제하는 현대차 입장에선 저렴한 생산 비용이 확보되지 않으면 울산공장 노조의 불법파업을 감수하면서까지 광주 신설공장에 물량을 배정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공은 다시 광주시와 정부로 넘어갔다. 그런데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5년 동안 저렴한 생산비용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현대차 노조의 반발도 잠재워야 한다. 결국 '노-노' 갈등을 풀어야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


문제는 이해 집단의 생각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먼저 광주시의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임금을 많이 받는 것도 부담이다. 투자금의 대부분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는 안정된 저가 생산을 원한다. 이미 국내 생산 시설의 여력이 있는 만큼 비용 차이가 크지 않으면 기존 노조 파업을 감수하며 광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와 달리 5년간 임단협 유예를 적극 반대하는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니 중재자로서 광주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애초 광주형 일자리는 사실 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요구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노-노 갈등,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은 기업이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조정하라는 의미다. 특히 일자리를 원하는 광주시의 명확한 해법 제시가 전제였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갈등만 깊어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의 갈등, 노동계와 기업의 갈등, 그리고 울산시와 광주시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사실 오랜 시간 오를 만큼 오른 고비용 생산 구조가 가져온 결과다. 높은 생산 비용은 국내 생산 비중의 점진적 축소로 연결됐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일손은 로봇 등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됐다. 고비용 구조이니 사람을 뽑는 것보다 로봇이 우선했고, 그 결과 국내 완성차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공정을 자랑(?)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기술 발전과 사회적 제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기술 발전은 막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는 결국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 지역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이니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나라가 자동차산업에 '정치'를 넣으려는 것도 결국은 일자리 때문이고, 일자리는 생산이 있어야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생산은 적은 비용으로 만드는 것과 비싸게 만들어도 같은 시간에 많이 만드는 게 경쟁력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조금 싸게 많이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래서 정치적 해법이 더욱 절실하다. 타협 외에는 방법이 없어서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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