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협상 압박용" vs "타결에 악재"
"무역협상과 별개의 경제첩보 단속…中 기술굴기 거부하려는 시도"

중국 굴지의 통신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요구로 체포된 것은 미·중 무역협상에 악재일 뿐 아니라 양국 간 본질적인 기술패권 다툼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멍완저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무역 전쟁의 휴전에 합의한 지난 1일 미국의 인도 요구에 따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멍완저우 체포를 사전에 인지했거나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정상회담과 멍완저우 체포가 같은 날 겹친 것은 우연인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용이라는 분석부터 양국 휴전·협상 타결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엇갈려 나오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 루샹은 로이터통신에 멍완저우 체포 소식은 "극도로 충격적"이라며 "미국의 누군가가 (중국과 할 무역)협상에 압박을 더하려고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기를 원했다면 이는 명백한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멍완저우 체포가 무역협상과는 별도로 중국 기업들의 경제스파이 행위와 제재 위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의도라는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윌더는 이번 체포 사태가 "새로운 게임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그들은 중국의 첩보행위를 저지하려 하며 인과응보가 있음을 확실히 해두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를 넘어 미국이 멍완저우 체포를 통해 화웨이를 정조준한 것 자체가 양국 무역 전쟁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중 갈등은 트럼프·시진핑 정부의 무역 다툼보다 높은 차원의 기술패권 다툼이자 세계 경제 주도권과 국가안보에 관한 싸움으로, 화웨이는 중국의 기술 굴기 위협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을 드러내는 상징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만큼 무역 위협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애플을 따라잡고 삼성전자까지 추월하려는 목표를 가진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이고 올해 매출 목표는 1천22억달러(114조원)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보다도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서 5세대(5G) 무선통신망 선두주자이며 미국 거대 칩메이커들을 따라잡을 준비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자체 마이크로칩 개발에 진전을 이루기는 했으나 여전히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 제조 장비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또 다른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는 미국의 제재에 거의 무너질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이런 사태는 역으로 중국 정부가 반도체나 망 기반설비 등 핵심 기술 부문에서 미국으로부터 독립할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그레이엄 웹스터는 블룸버그에 "화웨이는 중국을 미국이나 유럽 공급업체들에 덜 의존하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선두업체라는 점에서 (중국에) 중요하다"며 "최고위 임원 인도를 요구하면서 화웨이를 겨냥하는 것은 기획됐든 아니든 미국 정부의 중대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국가안보 기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관계없이 무역협상 타결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멍완저우 체포가 보여준다는 진단도 있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그들의 목적은 중국과 갈라서는 것"이라며 "협상은 트럼프와 월가의 소망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은 기술패권 경쟁이고 이는 결국 반도체 전쟁을 부를 것이라면서 이 전쟁은 두 정상의 집권기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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