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 로봇 시장은 오랫동안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다빈치’가 장악해왔습니다. ‘다빈치’는 외과 수술로봇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습니다. 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의 강자인 일본 업체가 수술용 로봇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습니다. 과연 일본 업체들이 ‘다빈치’의 공고한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와사키중공업과 시스멕스가 공동개발 중인 일본산 제1호 외과 수술용 로봇이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20년 가까이 글로벌 시장을 독점해온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에 정면 도전을 선언한 것입니다. 외과용 수술로봇 시장이 독점시장에서 경쟁시장으로 전환돼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수술용 로봇의 보급도 가속화할 것이란 게 일본 측 기대입니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시스멕스가 출자해 만든 메디컬로이드라는 회사가 개발 중인 수술용 로봇은 현재 일본 보건 당국과 심사 논의가 진행 중이며 2019년에 일본 시장에서부터 투입될 계획입니다. 카와사키중공업은 그동안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 주력해 왔습니다. 화낙이나 야스가와전기 같은 다른 일본 로봇 제조업체처럼 정밀 제어와 소형화 분야에서 강점을 지녔습니다. 제약·조제용 로봇 등 의료분야 경험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새로 참여하는 수술용 로봇에 대해선 의사가 수술하는 것에 가까운 움직임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가격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대당 1억 엔(약 9억9179만원)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빈치 대표모델이 3억 엔 가량하고, 저가 보급형 제품도 1억5000만 엔을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적지 않을 것이란 평가입니다.
1999년 출시된 ‘다빈치’는 환자의 복부 등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기구를 삽입하는 내시경 수술을 지원하는 로봇입니다. 외과 의사가 3차원 화상을 보면서 로봇팔을 조작해 수술을 합니다. 수술기구의 관절이 360도 움직일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합니다. 손 떨림 방지 기능도 갖춰 섬세한 수술도 할 수 있습니다. 출혈이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빨라지는 등 환자에게도 이점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전 세계에 4500여대가 도입됐고, 올해 수술건수는 100만 건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처럼 ‘다빈치’가 성공을 거두며 시장을 창출한 까닭에 세계 수술용 로봇 관련 시장은 2024년에 11조엔(약 109조원)대 거대 시장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5G기술 등이 보급되면 원격수술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일본 로봇 업체의 수술용 로봇시장 도전이 전체 시장을 키우고, 일본 업체의 자생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빈치’의 공고한 아성만 다시 확인하는 것일까요. 수술용 로봇 시장을 둘러싼 불꽃 튀는 경쟁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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