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키우려는 마크롱
車 배기가스에 '징벌적 탄소세'
佛 '노란조끼' 폭력 시위 불러

탄소 세금 반발, 전세계로 확산
美 워싱턴州에선 탄소세 거부
캐나다 온타리오州는 소송 제기
獨메르켈의 脫원전 정책도 궁지

기후 변화 방지라는 명분으로
생활비 올리고 경제를 해치는
친환경정책이 정당화될 수 없어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폭력 사태로 비화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는 최저임금부터 기업 법인세 문제까지 여러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많은 불만 가운데 유류세 인상이 대규모 국민 저항의 방아쇠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인 등 상위 계층과 중산층 이하 일반 유권자 사이에 탄소 저감을 위한 증세 정책에 대한 극명한 시각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계층의 단절은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이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데서 시작한다. 프랑스의 탄소 배출 저감 방안은 환경 정책의 미래를 가늠할 시험대라 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14년 기준으로 1인당 탄소 배출량이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태학적 전환’을 추진했다. 이 같은 프랑스의 친환경 정책이 초래한 결과는 지난주 파리의 주요 번화가를 비롯해 전국 길거리 시위에서 볼 수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독일은 전체 탄소 배출의 21%가 자동차 요인인 반면 프랑스는 자동차 비율이 40%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자동차 부문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것은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지 차량이 많아서가 아니다. 프랑스의 발전 및 난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13%에 불과하며 이는 독일에 비해 현저히 비율이 낮다. 독일은 난방과 발전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비중이 전체의 44%나 된다. 2016년 프랑스 전체 탄소 배출량은 글로벌 배출량의 1%에 살짝 못 미치고, 도로 운송 관련 탄소 배출량 비중은 이보다 더 낮은 0.4%에 그쳤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저항이 가장 심한 자동차 관련 규제를 앞세워 배기가스를 줄이는 정책을 고집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적은 자동차 보급은 더뎠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차량 운행을 줄이기 위한 징벌적 과세 수단을 도입했다. 파리 시위대는 정부가 2022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해 매년 80억유로(약 10조원)를 쏟아붓겠다고 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세금 인상을 통해 늘리려고 계획한 세수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실업률이 8.9%(청년 실업률 21.5%)에 달하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 달성을 위해 애쓰는 프랑스 경제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 생활을 자동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낙후된 시골 지역의 노란 조끼 시위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더 나은 대중교통 수단을 기다리라고 말하거나 카풀을 권장했을 때 모욕감을 느꼈다. 마크롱은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노란 조끼 시위자들은 정부가 유류세 인상으로 거둬들인 수입을 풍력이나 지열 발전 혹은 태양열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조금으로 낭비해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신뢰하기도 힘든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다.
탄소세에 대한 저항은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주(州) 유권자들은 탄소 배출 t당 15달러부터 시작해 매년 2달러씩 인상되도록 한 탄소세를 거부하기로 했다. 워싱턴주 탄소 배출량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25위 수준이다. 세계 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산하기도 힘들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와 환경운동가들은 유권자들에게 5년간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연방 탄소세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앨버타주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무너뜨릴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캐롤라인 멀로니 온타리오주 법무장관은 연방정부의 환경세에 대해 “지역 가정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렸다. 그 대가로 석탄 발전소의 배출가스가 증가했고 가정의 전기세와 난방비가 크게 올랐다. 그리고 이 같은 부담은 메르켈 정부의 정치적 책임으로 돌아왔다.

탄소세는 다른 직접적인 규제보다 이론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보고서가 나왔고 끔찍한 TV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으며 연예인들의 호소, 학교 교육과정 개편이 있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그들의 생활비를 올리고 경제를 해치는 정책이 기후변화 방지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제=The Global Carbon Tax Revolt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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