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도어락’에서 혼자 사는 은행원 경민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도어락’에서 혼자 사는 은행원 경민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랑스럽고 당찬 ‘공블리’ 공효진이 스릴러 장르의 영화 ‘도어락’에 도전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처절한 모성애와 함께 섬뜩한 인물을 연기해 ‘스릴러퀸’의 가능성을 열었던 공효진이다. 이번에는 낯선 인물에게 일상을 침범 당하는 계약직 은행원, 혼자 사는 여자 경민 역으로 ‘스릴러퀸’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공효진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으로 인해 느끼는 오싹한 공포를 리얼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제 무덤을 파고 싶지 않아 밀어내려 했지만 결국 운명처럼 만났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 죽을 힘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0. 평소 공포나 스릴러 장르를 무서워한다고 했는데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는?
공효진: 나를 고군분투하게 하는 영화를 만나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미스홍당무’ 때처럼 내가 책임질 게 너무 많아서 정신을 놓을 수 없는, 스스로를 극도로 몰고 가는 작품 말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 ‘싱글라이더’ 등을 할 때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게 좋으면서도 독이 될 수 있다. 나를 괴롭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내키지 않아서 오래 미루고 용기 없는 소리를 하고, 하지 말아야 될 이유를 찾으려 했다.

10. 각색에도 힘을 보탰는데 그 이유는?
공효진: 감독님에게 영화가 흥미 없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던 것들이 바꾼 부분이 됐다.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봉변 당하는 것 같은 클리셰들은 지루해요’라고 말이다. 본 적 있는 것 같은 영화라면 굳이 내가 욕심내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어디인가?
공효진: 소소하게 많았다. 현실적인 디테일을 더 살리고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결국 감독님 마음대로 하셨더라. 영화를 보고난 후 감독님이 제게 삐졌냐고 묻길래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웃음)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을 꼽는다면 마지막 시퀀스다. 원래는 공간도 지하상가 같은 곳이었다. 감독님은 “불 지르는 게 나의 판타지”라며 거기에 불을 지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거라면 안 해요’라고 했다. 불에 휩싸인 범인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충분히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범인을 보고 연민이 느껴진다면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기도 했다. 악은 응징해야 한다는 게 뚜렷한 공식이지 않나.

공효진은 “안주하는 건 독”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공효진은 “안주하는 건 독”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0. 평소 똑 부러지고 당찬 이미지다. 극 중 경민은 소심한 편이다. 평범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도 했는데, 연기하니 어땠나?
공효진: 답답했다. 평소 내 모습이 투영될까봐 나 자신을 가리려고 했다. 톤을 낮추려고 후시 녹음도 많이 했다.

10.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했다. 드라마에서는 사랑스럽고 엉뚱하면서 털털한 이미지들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는 그보다 다양한 모습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선택할 때 다른 기준이 있는 건가?
공효진: 영화나 드라마가 가진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훨씬 대범하다. 드라마는 ‘츤데레’ 남자주인공, 한없이 착하고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캔디 여자주인공 등 왜 똑같은 대본을 주는 건가라고 생각할 때도 가끔 있다.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하는 목적이 좀 다르다. 영화는 실험적이고 대범한 연기, 해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연기를 한다. 드라마에서는 10개 중 9개가 그러해서 고르는 게 어렵다. 영화는 그런 역을 마다한다.

10. 그러면 연기에 대한 갈증이 좀 해소되나?
공효진: 풀린다. 약하디 약한 성향의 주인공은 ‘도어락’에서 처음 해본다. 앞으로 나올 영화 ‘뺑반’에서는 남자주인공들 사이에서도 단연 카리스마 넘친다.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0. 영화 홍보를 위해 홈쇼핑과 뉴스에도 출연했다. 참신한 홍보 활동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나? 해보니 느낌은 어땠나?
공효진: 홍보를 위해 버라이어티에 나가면 길게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홈쇼핑에 가면 방송 내내 영화를 봐야 할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미씽’을 홍보할 때 엄지원 언니와 ‘홈쇼핑 나가서 티켓을 팔라면 팔 수 있다. 둘이 나가서 한 번 팔아보자’고 했다. 당시 홈쇼핑이 라인업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무산됐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배급사에 홈쇼핑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다들 이 얘기를 처음 들으면 ‘뭐?’라고 반응했다. 그런데 다음날쯤이면 ‘재밌는 방법인 것 같다. 네가 하면 황당하면서도 웃길 것 같다’고 하더라. 시청자들에게는 딱 예상대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황당하면서도 참신하게 생각했다. 방송을 본 것도 중요하지만 ‘그랬대’라고 계속 얘기되는 게 포인트다.

10. 스페인영화 ‘슬립타이트(Sleep tight)’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가해자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도어락’도 이와 같았다면 출연했겠나?
공효진: ‘슬립타이트’는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게 흥미로웠다. 또 알 듯 모를 듯 정확히 정보를 주지 않는 게 매력이다. 보는 이를 짐작만 하게 하는 영화가 자유롭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도어락’이 ‘슬립타이트’처럼 전개됐더라도 출연했을 거다. 감독님에게는 ‘원작이 더 재밌다’고 했다.(웃음) 원작에서도 범인이 여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같이 생활하는 교묘한 패턴이 재밌었다. ‘도어락’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빠른 전개를 위해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공효진은 영화 홍보를 위해 홈쇼핑과 뉴스에도 출연했다. 그는 “황당하면서도 참신하게 봐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공효진은 영화 홍보를 위해 홈쇼핑과 뉴스에도 출연했다. 그는 “황당하면서도 참신하게 봐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0. 거주, 비정규직, 남성혐오 등 최근 사회적 이슈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공효진: 경민이 남성이었다면, 혹은 ‘미저리’에 나오는 여자 같았다면 덜 무서웠을까? 아닐 것 같다. ‘미저리’는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사람에 대한 집착에 관한 영화 중에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만들 때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큰 화두가 되지 않았다. 주인공이 놓인 상황이 중요했고, 또 현실적 감정이입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했다. 극 중 범인과 몸싸움을 하는 경민처럼, 일대일로 겨뤄볼 법한 범인의 체격 등 관객을 이해시킬 수 있는 현실성이 중요했다. 반대로 여성인 내가 범인이었어도 재밌을 것 같다. 최근 남성혐오, 여성혐오 같은 이슈들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와 연관 짓게 된다고 본다. 너무 무겁게 만들려 하진 않았지만 그런 해석을 불러오는 게 가벼운 영화로 보이지 않게 해서 다행이다. 화두를 던지는 건 만드는 사람들이고 이해든 오해든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10. 영화 성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순 없을 것 같은데.
공효진: 나는 아주 흥행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큰 기대는 없다. 잘될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이 안 된 적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내 인생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성적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이번 작품은 ‘공효진이 찍은 영화’로 보는 관객들보다 ‘스릴러 상업영화’로 접근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예상해봤던 스코어보다는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데, ‘너무 무섭다’는 후기를 듣고 나니 기대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무서워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찍는 저는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자는데 보고 난 관객들이 괴로워하면 미안하다. 아무래도 ‘강심장만 보세요’라고 해야 할 것 같다.(웃음)

10. 공블리라는 별명이 있다. 상영 중인 ‘성난황소’로 ‘마블리’ 마동석과 스크린 경쟁을 하게 됐다. ‘블리’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효진: ‘범죄도시’를 보고 동석 오빠의 연기에 정말 호감이 가서 견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따지면 ‘블리계’에서는 내가 선배다.(웃음) 추블리(추성훈 딸 추사랑), 마블리는 ‘장기 블리’들이다. 완벽한 외모보다는 뭘 해도 사랑스러운 면모가 공통점이다. 그치만 나도 항상 예쁘고 싶다. 그런데 요즘의 미(美)는 스스로에 대한 충족인 것 같다. 남들이 내 휴대폰을 볼 것도 아닌데 예쁜 사진들을 많이 찍는 것도 자기만족이다. 밋밋한 상들이 희귀한 스타일이 되는 세상이 곧 오지 않을까. 잘 참고 견디고 있다.(웃음)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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