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몇 달 전부터 사의 밝혔지만
정책 원로에 대한 예의 아냐
문재인 대통령도 사표처리 원치 않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의 틀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이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지만 각종 경제지표를 악화시키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수정되지 않으면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정책 원로인 김 부의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 만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6일 “김 부의장이 몇 달 전부터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도 “내가 확인해줄 사항은 아니다”면서도 사의 표명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보수 경제학자 중 유일하게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김 부의장은 “경제 분야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달라”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삼고초려 끝에 경제 자문역을 수락했다. 이후 ‘사람 중심 경제’라는 경제공약의 틀을 잡고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김 부의장은 그러나 정부 출범 후 줄곧 청와대와 이견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 취임 1년째를 맞은 지난 5월 이례적으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석 달 만에 성사된 첫 단독 면담에서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며 정책 수정을 완곡하게 당부했다.

정책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과 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경제 위기 조짐이 어른거리는데 청와대와 정부에는 전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까지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사의를 밝힌 직후인 지난달 중순 김 부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도 이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12월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지켜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김 부의장이 물러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자문역할을 맡고 있는 그가 사의를 표한 것은 맞지만 문 대통령도 김 부의장이 나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며 “김 부의장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현 상황에서 후임자를 물색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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