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 논설위원

‘디테일(detail·세부사항)’에 강하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들을 만난 외국 인사들은 통계 수치와 기술적 문제들을 줄줄 꿰고 있는 공산당 리더들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최근 기자들에게 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습도 ‘놀랍도록 디테일에 강한 지도자’였다. 커들로 위원장은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내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아는 통상 문제 디테일에 관여하면서 미국을 설득했다”며 시 주석의 업무 장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 국가 지도자로서 매우 이례적” “잘 준비된 지도자”라는 찬사도 보냈다.

시 주석의 이런 모습은 이번 회담이 중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것이었다는 점에서 철저한 준비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특유의 ‘집체(集體)학습’과 성과를 중시하는 인사시스템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가주석을 포함한 25명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원들은 2002년 12월부터 주기적으로 전문가들을 불러 최신 정치, 경제, 과학기술 이슈들을 배우고 있다.

2014년 6월10일자 중국 인민일보에는 ‘현대판 경연(經筵)’으로 불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집체학습은 120분간 진행된다. 한 주제를 놓고 보통 두 명의 강사가 45분씩 강의한 뒤 최고 지도부와 토론을 벌인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중국 공산당의 집체학습은 피터 센게 MIT 경영대학원 교수가 처음 개념화한 ‘학습형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학습형 조직 구성원들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문제 지점’부터 해결책 발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학습하도록 요구받는다. “(97년 역사의) 중국 공산당이 존속이 위태로운 ‘황혼의 위치’가 아닌 더 강력하게 성장해 나가는 ‘여명(새벽)의 위치’에 있다”(히시다 마사하루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평가를 받는 비결이다.

현장을 모르면 지도자 후보에 끼워주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성과중시형 인사시스템도 디테일에 강한 지도자를 배출하는 원동력이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공산당원(약 9000만 명)→인민대표(2270명)→공산당 중앙위원(370여 명)→중앙정치국원(25명)→중앙정치국 상무위원(9명)’으로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연스레 현장체험과 학습을 통해 디테일에 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준비된 지도자’라는 중국 리더들의 이미지는 철저한 학습과 치열한 생존경쟁이 낳은 결과물이다. 대한민국 국익을 대변하는 우리 지도자들은 외국 정상들과 고위 관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지도자의 디테일이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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