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CEO

인텔 10년·KAIST 5년 등 산업현장·학계 두루 거쳐
"반도체 산업 기여하고 싶다"…2013년 하이닉스 합류
6년 만에 CEO 올라 "막중한 책임감 갖고 일하겠다"

6일 SK그룹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SK하이닉스였다.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시점에 박성욱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회사 실적이 정점에 오른 지금이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줄 최적의 시점”이라며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정점에서 용퇴하는 박성욱 부회장

후임자는 박 부회장이 일찌감치 차기 CEO로 점찍었던 이석희 사업총괄 사장이다. 세계 반도체업계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미국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KAIST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 생활을 할 당시 박 부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이 사장은 당시 삼성전자에서도 끈질긴 러브콜을 받았지만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연구원 시절 흔쾌히 미국 유학을 허락한 친정에 복귀해야 한다”며 SK하이닉스행을 택했다. 2013년 2월 전무급인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영입된 뒤 2014년 말 부사장, 2016년 말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다시 2년 만에 ‘CEO 타이틀’을 달았다.

반도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세계 무대에 내놔도 ‘적수’가 없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전문가들이 득실대는 인텔에서 근무할 때 1년에 딱 한 명, 기술개발에 기여한 직원에게 주는 ‘인텔 성취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이론·실무 겸비한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

SK하이닉스에 6년간 재직하면서 반도체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96단 3D(3차원) 낸드플래시와 10나노급 2세대 D램 개발을 통해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업총괄을 맡으면서 기술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생산관리 등까지 아우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년 동안 재무, 인사 등을 담당하는 경영지원총괄을 겸임할 때 후배들에게 “평생 숫자만 보고 살아온 재무통보다 감각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인맥이 두루 깔려 있어 정보기술(IT)업계소식과 트렌드에 밝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세계 IT 트렌드 등을 묻기 위해 이 사장에게 종종 연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기 싫어하는 독한 승부 근성

이 사장은 또 반도체 전문가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학계에 남길 원하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SK하이닉스를 택한 이유도 “한국 반도체업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재학 시절 삼성전자 간판 연구원으로 일하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전 삼성전자 사장)이 등장하는 TV 광고를 보면서 “반도체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박사 학위(재료공학)를 진 회장처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땄다.

가까운 지인들은 이 사장의 최고 강점을 “지기 싫어하는 독한 근성”이라고 전한다. 주량이 그다지 세지 않은 편인데도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면 상대방이 모두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장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회사가 지금보다 커졌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CEO에 내정된 직후 직원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희 사장 프로필

△1965년 서울 출생
△1988년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졸업
△1990~2000년 현대전자 선임연구원
△2001년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
△2000~2010년 인텔 기술·프로세스 통합그룹 리더
△2010~2015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013년 SK하이닉스미래기술연구원장
△2014년 D램개발사업부문장
△2016년 사업총괄(COO) 사장
△2018년 대표이사 사장


좌동욱/고재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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