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규제로 '자율차 후진국'

운전석서 연구용 PC 조작금지
상용화 위한 차량공유도 불허
정부, 뒤늦게 규제개혁 '시동'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토르드라이브는 지난달 미국에서 자율주행 택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르드라이브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한 ‘스누버’를 개발했다. 국내 대표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제자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선 규제에 막혀 투자를 받을 수 없어 미국 실리콘밸리로 회사를 옮겼다. 한국이 자율주행차 후진국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어렵게 하는 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3단계(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해 주행하고 운전자는 돌발상황에만 개입하는 수준)에 진입하면 불법이 된다. 도로교통법에서 ‘모든 차량 운전자가 조향장치(운전대)와 제동장치(브레이크) 등을 정확하게 조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법률은 운전자가 휴대폰 및 컴퓨터를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연구진도 운전석에 앉아 연구용 컴퓨터를 들여다보거나 조작할 수 없다. 현행법이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물론 연구개발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 운행에 필수인 보험 상품도 부족하다. 일부 국내 보험업체에서 판매하는 관련 상품은 시험 차량에만 적용된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자율차가 무조건 100% 배상하는 구조다. 자율주행차에 주로 적용될 차량공유 서비스도 대다수가 불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 택시업계 등 기득권에 막혀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위원회 및 대통령자문기구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같은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를 예로 들며 “우리가 뛰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날고 있다”며 “위원장으로서 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정부는 뒤늦게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내놓고 2020년까지 운전자 범위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포함시키고 2026년 이후에는 자율주행차 전용 면허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관련 데이터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구글 등 외국 업체들은 이미 상용화를 시작해 데이터가 급격히 늘어나는 ‘J커브’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정부 규제와 투자 모든 측면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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