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상승세 가속화한 비전펀드
'頂情略七鬪'가 투자 성공의 기본전략
'디지털'과 '글로벌' 투자 방향도 현실적

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는 정보화 혁명의 아이콘이다. 1950년대 중반에 태어나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제3의 물결을 이끌었다. 막상막하의 위대한 혁신가들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손정의 회장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진다. 빌 게이츠는 PC시대의 주역이었지만 일찍이 은퇴하고 일선에서 물러나서 사업적으로는 무의미하다. 스티브 잡스는 안타깝게도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하고 한창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반면 손 회장은 글로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현역이다.

1957년 일본 규슈의 가난한 재일동포 집안에서 태어난 손 회장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떠난 미국 유학 중 정보혁명 시대의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다.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1981년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후 시장 변화를 선도하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2016년 매출 10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듬해 개최된 ‘소프트뱅크 월드 2017’에서는 18년간 11억달러의 투자금이 15배인 175억달러가 됐으며 연평균 내부수익률(IRR)은 44%였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 알리바바 투자에서 큰 이익이 났을 뿐이라고 폄하하는 얘기가 항간에 떠돌아 투자수익금 1위인 알리바바를 제외하고 IRR을 계산했더니 42%였고, 투자수익금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제외해도 41%라고 밝혔다. 투자수익 금액 기준 상위 5개의 연평균 IRR은 알리바바 65%, 보다폰재팬 40%, 야후 81%, 스프린트 48%, 슈퍼셀 97%였다. 자신을 향해 ‘소프트 펑크’를 운영하는 ‘허풍쟁이’, ‘사기꾼 대머리’라고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었다.

소프트뱅크의 상승세는 2016년 조성한 1000억달러의 비전펀드를 운용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소프트뱅크 280억달러, 아랍계 국부펀드 600억달러를 주축으로 기타 애플, 퀄컴 등에서 조달한 자금을 ARM, 엔비디아(Nvidia), 위워크(WeWork), 우버(Uber) 등 67개 기업에 투자했다. 비전펀드 투자수익이 반영되는 2018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1조4000억엔을 기록했다. 손 회장은 기존 1개를 포함해 2년마다 1개씩 모두 5개의 비전펀드를 조성해 총 5000억달러의 투자금으로 미래의 인간생활 전반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손 회장의 투자전략은 20대 중반에 정립된 ‘손의 제곱법칙’에서 비롯된다. 중국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추출한 14문자와 자신의 통찰을 정리한 11문자를 합쳐서 25문자로 정리한 개념에서 비전을 추진하는 전략은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다. 정(頂)-비전을 선명하게 그리고, 정(情)-정보를 최대한 모으며, 략(略)-죽을힘을 다해 전략을 궁리하고, 칠(七)-70%의 승산이 있는지 파악한 후, 투(鬪)-70%의 승산이 있다면 과감히 싸운다. 만약 50%의 승산이라면 시도하지 않는다. 반반의 확률로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또 90%의 승산에서도 물러선다. 이미 고수익 투자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70%의 승산을 확신할 때 과감히 승부를 걸어야 한다.

창업 이래 38년간 손 회장의 일관된 투자 방향은 ‘디지털’과 ‘글로벌’이었고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비전펀드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전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비전펀드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해 혁신이 본격화되는 사업 분야를 주요 테마로 로봇, 헬스케어, 차량공유서비스 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상황은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촉발하는 변화를 흡수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책당국이 시대착오적인 과잉규제를 남발하면서 미래 가능성이 차단되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사업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해외에서 ‘디지털’과 ‘글로벌’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점에서 비전펀드의 투자전략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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