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사람이 높고 가파른 절벽 끝에 있다. 그러니 아주 불안하다. 그 상태를 그린 글자가 危(위)다. 활보다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내는 무기가 있다. 弩(노)라고 적는 쇠뇌다. 방아쇠 장치가 있다. 그를 가리키는 글자가 機(기)다.

이 방아쇠는 화살이 날아가거나 멈추는 순간을 제어한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때를 가르는 기준이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그 둘의 조합이다. 절벽에 내몰린 사람, 곧 닥칠 생사(生死)와 존망(存亡)이 갈리는 순간을 가리킨다.

반대는 호기(好機)다. 하강에서 상승으로 바뀌는 때다. 그때를 놓치면 실기(失機)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다 모처럼 맞은 좋은 상황을 흘려버리는 일이다. 좋거나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의 요소가 모일 때는 기회(機會)다.

앞으로 닥치거나, 이미 다가선 위기를 표현하는 말은 풍성하다. 아주 위급해 눈썹이 타는 상황은 연미(燃眉)라고 적는다. 계란이 쌓이듯 곧 무너지고 마는 때는 누란(累卵)이다. 적군이 성 앞에 다가선 때는 병림성하(兵臨城下)다.
살얼음 밟는 듯한 어려운 상황은 여리박빙(如履薄氷)이다. 앞으로나 뒤로나 헤쳐나가기 힘든 경우는 진퇴유곡(進退維谷)이다. 깊은 계곡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드리면 곧 폭발하는 상황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이다.

닥치는 위기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국가나 사회, 개인 모두에게 긴요하다. 그런 흐름에서 생긴 성어가 거안사위(居安思危)다. 편한 상황에 있을 때라도 닥칠지 모를 위험에 생각이 미쳐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 이어지는 말들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구에 올지 모를 어려운 상황에 생각이 닿아야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즉유비(思則有備)다. 또 이어지는 말이 우리에게 퍽 친숙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대비하면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져보면 모든 위기는 여러 요소의 중첩으로 생기는 법이다. 그에 앞서 닥치는 많은 징후를 관리하지 못해 부르는 결과다. 우리 앞에 밀려온 경제와 산업의 위기 징후를 우리는 제대로 살피면서 관리하는 것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닥치는 겨울 추위와 함께 그 점을 잘 헤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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