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거부 어려워…이왕이면 영향력 있는 사람 추천 요청도"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에게 억대 연봉을 주고 취업 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대기업 간부가 "공정위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현대차그룹에서 공정거래 관련 업무와 인사 등을 담당했던 임원급 간부 김모씨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공정위원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관련 업무를 맡던 시절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여러 명의 공정위 퇴직자들을 채용했다.

이렇게 재취업한 퇴직자들은 공정거래 관련 교육을 담당하거나 자문에 응해주고 연간 2억원 안팎의 보수를 받았다.

김씨는 당시 회사가 퇴직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인사 담당자와 접촉해 내부적으로 조정된 것인지를 확인했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탈락한 경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인물을 채용하지 않고 기다려주기도 했다고 시인했다.
김씨는 공정위 출신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며 "공정위의 채용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공정거래 이슈가 있기 때문에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재취업자의 보수 등 처우는 인사 파트에서 기준에 맞춰 결정했고, 기업의 생리상 이왕 채용한 만큼 필요한 분야의 업무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채용했던 퇴직자가 정년을 마치고 나면 해당 보직을 공석으로 둔 것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채용 요청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평소 공정위에 이왕이면 영향력 있는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앞서 증인으로 나선 전직 공정위 인사 담당자나 위원장·부위원장 등은 퇴직자의 민간 재취업에 대해 "기업에서도 공정위 출신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 간부로 재직하면서 퇴직 예정인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 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기간 16곳의 기업이 강요에 못 이겨 18명의 공정위 간부를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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