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딸 멍완저우…상반기 53조원 매출·직원 18만명 회사 재무 지휘

미국 요구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孟晩舟·46)는 화웨이의 곳간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동시에 최근 아버지인 런정페이(任正非·74) 회장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멍완저우 CFO는 지난해 화웨이 이사회 부이사장직에 올랐다.

아버지 런 회장의 바로 아래 직위로, 오랫동안 런 회장의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해온 것으로 관측된 '순환 회장' 3명과 비슷한 관계다.

CFO로서 그는 18만명을 거느리고 올해 상반기에만 3천257억위안(약 52조9천억원)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2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의 재정을 총관리한다.

이 때문에 화웨이 내부에서는 멍 CFO가 언젠가는 최고경영자(CEO) 위치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널리 퍼졌다고 소식통들은 WSJ에 설명했다.

다만 화웨이가 이제까지 명확하게 경영 승계 계획을 내놓은 적은 없다.

아버지 런 회장은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런 소문을 부인하며 "어떻게 한 사람이 이를 결정할 수 있겠나? 화웨이는 창업 첫날부터 족벌주의가 아닌 가치에 따른 선임 원칙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화중(華中)과기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멍완저우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 회장이 1987년 설립한 화웨이에 1993년 입사했다.

말단의 접수 담당자로 시작해 CFO에 이르기까지 25년간 여러 사업 부문을 거치며 그의 직위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화웨이는 상장사는 아니지만, 멍완저우는 투자자들 앞에 직접 나서서 연간 실적을 발표하고 해외 금융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연례행사인 화웨이 정보통신기술(ICT) 파이낸스 포럼도 주최해 왔다.

이에 따라 그는 재무 부문에서는 화웨이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여겨졌다.

WSJ에 따르면 멍완저우는 2007년에는 홍콩에 근거지를 둔 스카이콤 테크의 모기업에서 이사회 총무와 이사직을 맡았다가 2009년 사임했다.

이 기업이 이란과 사업을 했고 이 일에 대해 미국 수사당국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강하면서도 조용한 성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시민권자인 멍완저우는 아버지 성인 '런' 대신에 어머니 성을 따르고 있으며 사브리나 또는 캐시라는 영문명을 쓴다.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의 요구에 따른 멍 CFO의 체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 1일 이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가 휴전 합의에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늦출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풀이되고 있다.

멍 CFO가 받는 혐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이지만,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거대 통신장비업체들이 다른 국가들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는 상황에서 후계 물망에 오르는 핵심 임원을 체포했다는 점은 미국의 의도가 단순하지 않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유라시아그룹 분석가들은 보고서에서 "화웨이 고위 임원의 체포는 경기장에서 글러브까지 완전히 벗어 던지고 싸우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은 "양국의 정치적 분위기가 더 온화했을 때라면 미국이 뒤쫓지 않았을 개별 인사들을 추적하도록 미국 수사 당국자들이 행정부 고위층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