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연내 입법이 사실상 무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기다린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나 입법에 착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주 52시간 근로제도를 위반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유예기간이 올 연말로 끝나서다. 대부분 업종이 일이 몰리는 특정기간에 근로시간 연장이 불가피한 터여서, 보완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내년부터 ‘범법자’를 면키 힘들게 됐다.

연내 입법이 물 건너가게 된 데는 여당 탓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5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위한 보완입법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처리 시한을 ‘연내’로 한다는 합의가 뒤를 이었다. 그랬던 여당이 “경사노위 논의를 기다려야 한다”며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법외 자문기구인 경사노위의 ‘처분’을 기다려야 탄력근로제 확대가 가능하다면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기업 현장을 조금만 둘러봤어도 이렇게 안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회계법인과 정보기술(IT)·건설·조선·게임 업계 등 특정 시기에 업무가 폭증해 최장 3개월(노사 합의 시) 탄력근로만으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업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재계가 업종·직종별로 단위기간을 차등 적용하거나, 탄력근로 기간을 1년으로 늘려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뒀다. 이달 말로 계도기간이 끝나면 주 52시간 근로 위반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미 계도기간 중 주 52시간 위반 신고만도 60여 건에 달했다. 계도기간인데도 이 정도니 내년부터는 고소·고발이 난무할 게 뻔하다. 기업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나마 쌓인 일감마저 제때 처리하지 못하게 해서 돌아올 재앙에 정치권은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탄력근로 확대법안이 시행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늦춰서라도 기업들이 날벼락을 맞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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