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투자개방형 병원 뭐가 다른가
“한국을 동북아시아 국제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만들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1월 ‘동북아 의료허브 구상’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인천 송도가 외국인과 기업을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도시라고 판단했다. 같은 해 12월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됐다. 이후 투자개방형 병원 개설 범위는 제주도로 확대됐다. 투자개방형 병원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새로운 산업이 열리고 국내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국 범룽랏병원, 싱가포르 파크웨이병원과 래플스병원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들 국가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통해 외국인 환자 유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는 주체는 의사 개인과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종교재단법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들이 외부 투자를 받거나 투자 비율에 따라 배당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한다. 녹지국제병원은 예외다. 외부 투자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국내 첫 의료기관이다. 배당도 가능하다. 송도 등 8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에 세울 수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도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 총액의 50%를 넘어야 한다. 자본금도 500만달러(약 55억7600만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법인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2015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자본금이 2000만달러라고 신고했다. 병원을 세우는 데 필요한 비용 778억원은 모두 모기업인 중국의 뤼디그룹이 부담한다.
국내 의료기관은 모두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지정돼 의무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녹지국제병원은 건강보험 계약 의무가 없다. 민간보험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고 진료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때문에 투자개방형 병원이 의료민영화의 출발점이라며 반발해 왔다. 건강보험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02년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하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02년은 의약분업 등의 여파로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심각하던 때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산업연구원장(경영학과 교수)은 “투자개방형 병원이 허용되면 건강보험이 두 계층으로 분리돼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세우는 병원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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