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악재에 비상 걸린 중기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불황…무너지는 지방 산단

車·조선·철강산업 침체로 영세업체부터 폐업사태
울산 국가産團 가동률 2년前 83%→33%로 급락
부산 녹산 공장땅 ㎡당 450만→300만원선 추락

< 문 닫힌 공장 >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 10.9% 인상을 앞두고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5일 출입문이 닫힌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한 중소기업 공장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5일 부산의 대표 공단인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도로변의 5단 광고판과 회사 담벼락에는 ‘공장 급매, 임대’라는 현수막이 빽빽이 붙어 있었다. 2016년 말만 해도 80%를 기록했던 공장 가동률은 지난 10월 5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3.3㎡당 400만~450만원이던 공장부지 가격은 300만원 선까지 추락했다. 한 기업 대표는 “‘OO업체가 부도 날 것이다’ ‘××업체는 문을 닫는다’는 루머가 너무 많이 들린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제조업종 침체로 지방공단들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문을 닫는 기업이 늘면서 공장 매물은 쏟아지지만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매수세는 실종됐다. 근로자가 줄면서 주변 상권도 덩달아 무너지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또다시 크게 오르고, 주 52시간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은 산업단지 자체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공장 매물 쏟아지는데 매수세 없어

요즘 울산 법원 경매시장에선 공장 매물이 쏟아진다. 경매조사기관 공장경매전문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울산지역 법원 경매 물건으로 나온 공장(용지) 물건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43건이지만 이 가운데 35건만 낙찰됐다. 지역 공장 물건 경매에서 5회 이상 유찰돼 감정가의 51%까지 가격이 떨어진 공장도 여럿 있다.

이런 현상은 울산뿐만 아니다. 공장경매전문연구소에 따르면 6개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인천·울산)에서 법원 경매로 나온 공장은 올해 1~11월 668건으로, 지난해 전체 612건을 넘어섰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봉암공단은 1985년 조성돼 경남 제조업의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봉암공단에 가동을 멈춘 공장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초 350여 개이던 마산봉암공단협의회 회원사는 현재 280개로 줄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이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로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사들이 모임을 갖지만 일감은 줄고 인건비는 올라 공장 문을 닫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파는 충청·경기권까지 올라오면서 전국이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되고 있다. 충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20%가량 감소했다”며 “적자를 각오하고 비상경영에 들어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지역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4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부산 수출도 10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 침체기였던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감소율이다.

고정비 높아져 투자 못해

전북 군산산업단지 한국GM 협력업체였던 C사는 지난 2월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발표가 나자 3월 전체 70명인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9월엔 남은 직원의 30%인 10여 명을 정리했다. 차체 골격과 페달 등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2015년만 해도 180명의 근로자가 근무했던 건실한 중소기업이었다. 3년 만에 인력을 90%나 내보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을 받아 인력을 충원할 요인이 생겼지만 임금이 너무 올라 채용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산업단지에서 목재 팰릿과 편백 목재 등을 생산하는 S사도 10월 25명의 인력을 30명까지 늘리려다 계획을 접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까지 오르면서 늘어나는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져서다. 김종해(가명) 대표는 “납품 단가는 10년째 동결인데 인건비가 매년 오르다 보니 고정비가 이전의 1.5배 수준이 됐다”며 “이젠 한국에서 자동화 없이는 제조업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지방 산단보다 비교적 상황이 나은 수도권 중소기업도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부평공단에 있는 화장품 용기 제조 및 수출업체 C사는 내년에 신축공장을 짓는 사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 회사는 직원 수가 50여 명밖에 안 돼 당장 주 52시간 근로제에 해당하지 않지만 일부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인건비 상승 비용을 납품단가에 포함하면서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C사 대표는 “수출 상품 가격을 올리면 현지에서 거래가 끊길까봐 혼자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창원=김해연/군산=임동률/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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