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전문가들 "투자 규제 완화를"
주식회사형 병원 확대해야
일자리 늘고 의료산업 활성화
녹지국제병원이 문을 열게 되면서 국내에도 투자개방형 병원의 물꼬가 터졌다. 그러나 16년 동안 계속된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약속했던 의료기관이 모두 떠나면서 ‘백화점’은 사라지고 ‘구멍가게’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부 투자를 엄격히 금지한 의료 규제를 전반적으로 손질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산업연구원장(경영학과 교수)은 “의료법상 외부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규제를 푸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투자개방형 병원은 병원 주식회사”라며 “주식회사형 병원을 확대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의사들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녹지국제병원을 제외한 국내 의료기관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다. “국내 의료기관은 은행 대출 말고는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외부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까지 금지한 의료법에 막혀 병원 운영 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국내 병원 부도율은 7%에 이른다. 의료계에서는 투자 유치가 꽉 막힌 의료기관들이 음성적인 자본에 손을 벌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피부과 상당수가 중국 자본에 팔렸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합법적인 돈줄이 막히면서 중국 자본에 손을 벌려 사무장 병원이 되고 의료 질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피부과 성형외과도 10~20년 뒤에는 중국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녹지국제병원은 47병상의 동네의원 규모다. 외국인만 진료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 의료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이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국내 의료시스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보다 큰 규모의 의료기관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하려던 외국 병원은 시민단체의 의료민영화 주장에 막혀 한국을 떠났다. 미국 뉴욕 프레스비테리안(NYP) 병원은 2005년 송도에 개설 계획을 밝혔지만 시민단체와 정부의 갈등으로 관련 법이 제정되지 않자 한국 진출을 포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도 2009년 송도에 병원 설립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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