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만들기 위해 카페 등에 악플달아
중소형 분양대행사들, 일감 따내려고 '궁여지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상의 부동산 카페나 재테크 커뮤니티들이 '상업적'으로 번진다는 지적은 여러번 있었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지만, 종종 특정단체나 이익을 대변하기도 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이른바 '띄우는 작업'이나 '단지 분석'을 빙자한 호객행위도 잦았다.

최근 이러한 카페에서는 신종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고의 악플(악의적인 댓글)' 사건이다. 카페회원들이 신규 분양을 앞둔 아파트들에 대해 묻거나 의견을 구하면 일부러 '악플'을 남긴다. 기자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확인한 결과, 이들 중 일부는 소형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이었다.

악플은 얼핏보면 날카로운 단지 분석같지만, 알고보면 '입소문'을 나쁘게 내서 미분양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미분양이나 수수료로 영업을 해왔던 일부 소형 분양대행사들이 미분양을 만들기 위해 악플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 현장에 미분양을 만들고, 이를 해결하겠다며 이들 대행사들이 직접 나서는 수순이다. 부정적인 이슈를 막겠다며 악플을 지우거나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그들이 직접 썼기에 가능한 일이다.

A분양대행사는 이러한 과잉경쟁이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분양대행사에게 건설업 면허를 소유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했고, 아파트 공급도 당초 예상보다 줄면서 중소형 분양대행사들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B분양대행사는 "당사자가 누군지 어느정도 밝히기도 했지만, 해당 업체는 끝까지 부인을 했다"며 "경쟁단지를 분양하는 것도 아니고 미분양을 위해서 악플을 달다니 같은 업계로서 믿어지지 않는 행태다"라고 꼬집었다.
올해 주택시장은 신규 공급이 계획보다 급감했다. 부동산114가 연초 내다봤던 아파트 분양물량은 54만호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억제와 분양가 압박, 지방 경기의 불황 등으로 분양 시장을 쪼그라들었다. 11월말 전국 신규분양 아파트수는 28만호여서 연말까지 공급을 밀어내더라도 32만~35만호가 예상된다. 이는 연초 예상의 약 60%수준이다.

분양물량이 줄어든데다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서울·수도권에서 1순위 마감은 흔해졌다. 모바일 청약이 가능해졌고 특별공급을 인터넷으로 받게돼 수작업으로 해야하는 업무가 대폭 줄었다. 분양대행업의 조건이 까다로워졌고 건설사들이 분양대행 없이 직접 분양에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때문에 대형 분양대행사들의 업무를 지원하거나 미분양 업무를 주로 했던 중소형 분양대행사들은 살 길 마저 막막해졌다는 후문이다. 일감을 받아보겠다는 궁여지책(窮餘之策)이 '카페에 악플달기'라는 얘기다.

최근 분양시장은 청약제도의 변경을 앞두고 반짝 불이 붙었다. 정부의 취지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청약 시장에서는 "분양권이 집에 포함되기 전에 빨리 사자"는 분위기다. 시장이 급격히 달아오르다 보니 분양가가 비싸건 규제가 있건 모델하우스는 문전성시다. 성급한 수요자들과 악플의 만남은 결국 '물량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시장을 흐리는 신종 마케팅이 중단되길 바란다.

*[김하나의 R까기]는 부동산(real estate) 시장의 앞 뒤 얘기를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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