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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의 공포가 뉴욕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4일(현지시간)에는 5년물 금리가 2년물 금리 밑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전날 5년물 금리가 3년물 아래로 떨어진 데 이은 겁니다. 10년물 금리도 2년물 금리에 한 자릿수로 근접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통상 장기물일수록 더 높습니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왜 역전된 걸까요.

쉽게 말하면 2~3년 뒤까지는 지금보다 금리가 조금 더 오르겠지만, 3년 이후 즉 2022~2023년엔 금리가 오히려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지금과는 반대로 금리 인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지요.

Fed가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죠.

투자자들이 그 때쯤 되면 미국 경제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최고경영자는 이날 트윗을 통해 2년물과 5년물 일드커브 역전이 경기 하강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6.9bp 내린 2.921%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때 2.85%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2.2bp 내린 2.811%에 마감돼 10년물과의 격차가 전날 15.7bp에서 11.0bp로 축소됐지만, 장중엔 한 자릿수까지 붙기도 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이렇게 빨리 급락하는 걸 보면 조만간 10년물-2년물 역전이 발생해도 이상할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금리 폭락으로 결정타를 맞은 곳은 은행입니다.

은행들은 통상 금리가 낮은 단기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장기로 대출해주면서 그 장단기 금리차이를 예대마진으로 먹습니다. 그런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이익이 사라집니다.

이날 은행주가 폭락하면서 미국 금융주 주가는 52주 최고치에서 14.5% 내렸습니다.

주력사업인 트레이딩 부진+말레이시아 스캔들이 겹친 골드만삭스의 경우 52주 고가에서 33%나 폭락한 상태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봐도 이른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SIFI)들은 52주 고가에서 30% 가량 내렸구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10시께 '관세맨'을 자칭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더했습니다.

이 탓인지 정오께 S&P500 지수는 그야말로 폭포처럼 떨어졌습니다. 오전 11시56분 2765에서 오후 12시30분 2725로 30분만에 1.44%가 급락한 겁니다.

이를 두고 채권과 주식 등 균형이 깨지면서 리스크패리티펀드, CTA(Commodity Trading Advisory) 등 퀀트 펀드들이 투매를 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들 펀드의 자산은 각각 수천억달러에 달합니다.

지난주 모건스탠리는 2019년 시장을 어둡게 보면서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을 확보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날 내년 전망을 밝힌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내년에 주식의 장기 상승 사이클의 종료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다만 한가지는 모건스탠리와 달랐습니다. 사이클 종료 전에 한번 더 S&P500가 3000을 넘는 오름세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입니다.

하지만 이미 투자자들이 하락을 예상하는데, 그런 상승세가 나타날지요. 우려가 깊어지는 하루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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