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소소위, 1조5천억원 감액하며 사실상 마무리
野3당, 예산안 처리·선거제 개혁 연계 '최대 변수' 부상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심사가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이틀 넘긴 4일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으나, 막판 쟁점을 놓고 여야가 여전히 대치 중이다.

특히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과 선거제 개편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며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 예산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 3당의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예산조정 소(小)소위원회'는 이날 새벽 2시 30분까지 3일 차 소소위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오후 3시에 다시 만나 막판 협의를 벌였다.

예결위 간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고 속기록도 남지 않아 '밀실 회의'라 비판받는 소소위를 지난 1일부터 가동, 예산소위의 1차 감액심사에서 보류했던 240여건의 예산 항목들에 대한 협의를 벌여왔다.

예결위에 따르면, 이날 새벽까지 사흘 연속 진행된 소소위 회의에서 모두 1조5천억원을 감액했다.

보류 사업 249건 가운데 70건은 재보류됐다.

예결위는 재보류된 예산 가운데 결국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 일자리 예산·법안 ▲ 남북협력기금 ▲ 공무원 증원 ▲ 4조원 세수변동 대책 ▲ 정부 특수활동비 등 5대 쟁점 현안을 원내지도부 협상 테이블로 넘겼다.

이날 오후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소소위에 합류해, 쟁점 예산의 일괄 타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원내대표 테이블에서 논의될 5대 쟁점 현안 가운데 가장 이견이 큰 부분은 단연 일자리 예산과 남북경협 예산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5천억원이 편성된 일자리 예산에 대해 한국당은 정부가 최악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일시적인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며 8조원가량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일자리 예산의 대부분이 민간 부문 일자리 지원과 실업 급여 등에 고정적으로 편성한 사업 예산이라며 원안을 사수하려 한다.

남북협력기금 1조977억원을 놓고도 한국당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 예산을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비공개 사업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깜깜이 예산'을 편성해줄 수 없다며 협공을 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며 '삭감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비공개 사업 내역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아직 경협 추진 전이라 구체적인 비용 산정이 어렵고, 이전 정부에서도 비공개로 했던 관행이 있다며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특수활동비의 경우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국무조정실, 관세청이 여야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 문제도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날까지 소소위에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던 정부 예산안의 4조원 세수결손 해결 방안도 결국 원내대표들 손에 넘어간 가운데, 추후 정부 안에 담길 적자 국채 발행 규모 등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회의체에서 쟁점 현안을 타결, 감액 규모가 나와야 삭감액 한도 내에서 증액 논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시점은 전적으로 여야 원내대표들의 협상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소소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액심사가 항목으로 보면 90% 정도 끝났는데, 문제는 굉장히 덩치가 큰 예산이 있어서 액수로 하면 굉장히 많다"며 "그게 끝나야 정부도 전체적인 감액·증액 규모를 바탕으로 마지막 설계를 하기 때문에 오늘은 밤을 새워서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가장 어려운 예산 심의인 것 같다"며 "시간도 촉박했고 정부 자세도 형편없었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뿐 아니라 선거법 문제도 정기국회 내에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 연계를 거듭 확인했다.

올해는 유독 예산안에 대형 쟁점이 많고 선거제 개혁까지 얽혀 있어 여야 원내대표들이 협상에서 타결을 보지 못할 경우, 정기국회 회기 내 마지막 본회의인 7일까지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다만,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여야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극적으로 타협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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