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편의점 신규 출점을 어렵게 하고, 폐점은 더 쉽게 하는 내용의 업계 자율규약을 승인했다. 사업주가 편의점을 내려면 기존 점포에서 일정 거리(50~100m)를 둬야 한다. 편의점을 폐업할 때 본사에 내는 영업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줄여주는 내용도 담겼다.

공정위는 18년 전 편의점 업계가 자율로 입점 거리 제한을 두는 데 대해 ‘담합 행위’라며 묵살했다. 그랬던 조치를 뒤집은 데 대해 “업계의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경영환경을 개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어제는 ‘담합’이라고 했다가 오늘은 ‘상생’이라고 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벌써부터 볼멘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이 조치가 형식은 업계의 자율규약이라고 하지만, 공정위가 편의점 대표들에게 ‘성실 이행확인서’를 받는 등 사실상 강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편의점 신규 창업은 어려워지게 되고, 기존 편의점주들의 기득권을 보호해 1위 사업자의 시장 장악력을 굳혀주는 등의 폐단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위약금 축소 또는 면제에 따라 본사의 신규점포 지원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신규 진입자들의 창업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경쟁 촉진을 우선시해야 할 공정위가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과속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6.4%, 내년 10.9% 급격하게 오르는 바람에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게 문제의 본질이다. 이걸 손보지 않고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해봐야 미봉책일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온갖 폐해가 분명해진 최저임금 정책을 그대로 둔 채 편의점 거리 제한, 신용카드 수수료와 상가임대료 인하, 불공정 가맹계약 시정 등 시장 개입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발등의 불만 끄고 보자’는 돌려막기식 처방으로는 우리 경제가 피멍만 더 들 뿐이다. 이제라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 등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을 해결해주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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