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경고한 美 채권시장
10년물도 年 3% 아래 추락…2년물과 격차 11년 만에 최근접

전문가 "내년초 역전"…6~24개월내 경기침체 '신호'
美·中, 90일내 합의 어려워…美 경기도 둔화 우려
시장 "Fed, 내년 금리 세 번 올리기는 쉽지 않아"

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선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연 3%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3년물과 5년물 국채 금리가 10년 만에 처음 역전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 놓인 단말기 앞에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 아래로 급락하며 2년물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2008년 이래 11년 만에 가장 좁혀졌다. 또 3년물과 5년물 국채 금리는 10년 만에 처음 역전됐다. 채권시장이 경기 침체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6~24개월 내 침체를 경고하는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 국채 만기별 수익률을 그래프로 표시한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평탄화도 미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 경기가 정점에 도달해 앞으로 금리가 많이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90일간 진행할 협상에서 완전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중은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휴전했지만, 우려 여전한 통상전쟁

3일(현지시간)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전장보다 2.5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990%로 마감됐다. 연 3%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13일 이후 거의 석 달 만이다.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3.4bp 하락한 연 3.276%를 나타냈다. 장기 채권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반면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국채인 2년물 금리는 2.3bp 오른 연 2.833%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는 전날 20.4bp에서 이날 15.7bp까지 축소됐다. 최근 11년 내 최소 폭이다.

10년물은 장 초반엔 연 3.050%까지 올랐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90일 내 타결되기 어렵다는 관측 속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경기와 시장 불안 우려는 커졌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시간 외 거래에서 금리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다. 이날 밤 10년물은 연 2.937%까지 내렸다.

알렉 필립스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미·중 양국이 협상 의지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타결에 이르는 건 힘들다”며 “향후 3개월간 타결 가능성을 20%로 본다”고 했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최종 해결책이 나오기 전에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5년물 국채 금리는 연 2.834%로 2009년 1월 이후 처음 3년물 금리(연 2.838%)를 밑돌았다. 만기가 더 긴 5년물 수익률이 만기가 짧은 3년물보다 낮은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안 린젠 BMO캐피털 채권 대표는 “3년물과 5년물 간 수익률 역전으로 2년물과 10년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역전될 것이란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은 그전에도 있었고, 그때마다 일정한 기간 뒤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월가 분석가들은 1955년 이후 아홉 번의 금리 역전이 있었고 6개월~2년 뒤 침체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년물과 5년물 수익률 역전은 투자자들이 Fed가 2022~2023년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리 많이 올리기 힘든 美 경기

10년물 국채 금리는 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 전망에 지난 9월 연 3.25%까지 올랐으나 최근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제도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져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자랑해온 대규모 감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아래에 있다”고 말한 뒤 장기 금리 하락세가 심해졌다. JP모간은 “당초 시장은 Fed의 금리 인상 정책의 정점을 2020년으로 봤지만, (파월 의장 발언으로) 2019년 말로 바뀌었다”며 “이런 변화가 채권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 캐신 UBS 이사는 “Fed는 내년에 금리를 세 번 올린다는 입장이지만 미 경제가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Fed는 이달에 한 번, 그리고 내년 한두 번 더 금리를 올린 뒤 더 이상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미 경제는 강하지만 예상에 못 미치는 경제 지표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9.3으로 전달 57.7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IHS마킷이 공개한 11월 제조업 PMI는 전월 55.7에서 55.3으로 하락했다.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건설지출도 0.1% 감소해 예상(0.3% 증가)을 밑돌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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