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에서 남의 눈 의식 않고 골프 칠 여유가 처음 생겼다"

"올 한 해 저는 여유롭고 행복한 골퍼였습니다.

"
2018년 한 해를 돌아보는 '골프여제' 박인비(30)의 표정엔 실제로 여유롭고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박인비는 4일 경기도 고양의 메르세데스 벤츠 일산 전시장에서 던롭스포츠코리아 주최로 열린 팬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뤘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박인비의 2018년은 훌륭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선 13개 대회에만 출전했지만 우승 1번을 포함해 6번 톱 10에 들었다.

1년 만의 우승과 메이저 대회 준우승 이후엔 세계랭킹 1위로도 복귀해 한동안 머물렀다.

국내 대회엔 4차례 출전했고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선 '숙제'와도 같았던 국내 우승도 해냈다.

객관적인 성적만 봐도 훌륭한 한 해였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찾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박인비는 "작년 재작년엔 몸이 좋지 않아서 출전 대회 수가 적었는데 올해는 원하는 스케줄만큼을 소화하며 여유를 찾았고 내가 원하는 골프를 했다"고 말했다.

"부상을 겪는 동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골프를 일찍 접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법을 생각하면서 대회 수를 줄이고 다른 삶도 돌아봤죠. 안식년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끌어올리려고 했어요.

마음의 여유를 찾고 골프에 대한 열정도 찾았습니다.

"
대회 수만 줄인 것이 아니라 조바심도 줄였다.

예전엔 필라테스나 농구, 스키 등 하고 싶은 운동이 있어도 늘 골프 생각이 먼저였다.

'혹시 다치면 어쩌나' '혹시라도 근육에 이상한 느낌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절제하며 살았다고 했다.

"이제는 '좀 다치면 어때. 쉬어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내려놓게 됐어요.

처음엔 쉽지 않았죠. 편안하게 하려다가도 다른 선수들 보면서 나도 대회에 나가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이제 그런 조바심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아요.

"
필라테스와 농구도 하고 개와 산책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사소한 행복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일주일마다 이동하는 삶에 지쳤는데 비행기를 덜 타면서 컨디션도 좋아졌다고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주변도 찬찬히 돌아봤다.

선수로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은 메이저 3승을 거머쥔 2013년이었지만 올해 느낀 행복은 그때와는 또 달랐다.

"골프에서 얻은 행복과 사소한 것에서 얻는 행복이 다르더라고요.

올해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했던 적은 없었어요.

대회 나가서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칠 수 있는 여유가 프로 13년 만에 처음 생겼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었음 좋겠어요"
메이저 7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9승을 거두고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쥔 박인비는 그야말로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

더 이룰 목표가 없다는 것이 자칫 골프에 대한 열정을 잃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박인비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내 몸에 명령을 내렸을 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열정이나 의욕이 떨어져 있을 때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일단 그게 돼야 어떤 목표든 세우는 대로 이룰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보름 뒤 다시 미국으로 떠나 새 시즌을 준비한다는 박인비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15∼20개 정도의 대회를 소화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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