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0.1%, 최장 10년 할부 등장
업계 “개소세 인하 효과 잡아야 산다”
금리 인상과 정반대 움직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부두 / 사진=현대차 공식 홈페이지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는 연 0.1%의 초저금리(최대 120개월 할부)로 파격적인 판매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5%→3.5%) 효과를 극대화 해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내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많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는 12월 한 달간 거의 모든 차종에 연 0.1~1.5% 금리로 36개월 할부를 시행한다. 이외에 최대 150만원 추가 할인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최대 560만원 깎아준다. 경차 스파크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는 각각 최장 10년 할부와 60개월 무이자 혜택, 금리 부담이 1.9%가량인 72개월 할부 중 선택이 가능하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소비자들이 선수금 없이 1.9% 금리로 티볼리와 코란도C 등을 60개월 할부로 살 수 있도록 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개소세 인하분 외에 추가 지원금, 최대 36개월 동안 원금과 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무이자 할부 등을 내놨다.

완성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할인 카드를 꺼내든 건 ‘내수 판매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산차의 판매량은 140만668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41만7765대)보다 0.7% 줄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판매 성장률 하락과 생산 규모 감소, 수익성 악화, 경영 실적부진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여기에 경기침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보호무역주의, 해외 판매 부진에 대외 환경은 악화됐다.

내수시장은 전년 기준 자동차 1대당 인구 수가 2.3명, 가구는 0.87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미 접어들었다. 교체 수요는 연 180만 대가 한계란 전망이 많다.
특히 미국 금리 오름세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초저금리 출혈 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와 정반대로 현대·기아차 등은 전년 할부구매 금리를 연 4.5%로 내린 뒤 최근 1.5% 수준까지 일제히 낮췄다.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금리가 올라가면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차를 사면서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라 할부금리를 올리면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당장 차를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올라 수익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개소세 할인 혜택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이자가 뒤따라 상승할 수 있다”며 “장기간 이어질 경우 자금 흐름이 경색돼 기업에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특히 금리부담은 판매에 당장 영향을 끼친다”면서 “완성차 업체는 부담이 커 입장이 곤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고급 세단과 대형 SUV 말고 진짜 서민을 위한 차를 내놓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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