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 18년만에 부활…점주 단체 "부족하지만 환영"

정부가 4일 발표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은 편의점 신규출점을 줄이고 폐점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편의점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자 나온 고육지책이다.

국내 편의점이 올해 4만개를 돌파하면서 과다 출점 부작용이 커지자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이 2000년 폐지된 이후 18년 만에 사실상 부활했다.

◇ 편의점 올해 4만개 돌파…100m 이내 새 편의점 못 낸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편의점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급속하게 팽창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편의점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 수는 2011년 2만1천221개에서 2016년 3만2천611개로 53.7%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4만192개로 4만개를 돌파했다.

2011년 2만 개를 넘은 편의점은 3만 개(2016년)가 되기까지 5년이 걸렸지만, 4만 개를 넘기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편의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맹점주의 수익성은 악화했고,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마저 크게 오르면서 과밀해소 필요성이 대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가맹본부의 과잉 출점은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제살깎아먹기 식의 무모한 경쟁으로 편의점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자율규약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 마련된 편의점 자율규약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라 편의점 신규출점에 거리제한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사실상 기존 편의점 100m 안에서는 새로운 편의점이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

현재 편의점업계는 같은 브랜드에서만 250m 이내에 편의점을 새롭게 내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는 같은 브랜드는 250m, 다른 브랜드 간에는 담배 판매 거리 제한인 100m 이내에는 신규출점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1994년 80m 이내에서 출점을 제한하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고 2000년 폐기했다.

이번 자율규약안에는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5개 회원사에 더해 비회원사인 이마트24도 동참한다.

편의점산업협회는 애초 지난 7월 80m 이내에 신규출점을 자제하는 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으나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공정위 의견을 반영해 이번 자율규약안에 거리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담배 소매점 간 거리 기준을 준용하기로 했다.

담배를 판매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무분별한 편의점 출점으로 인한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담배소매 영업소 사이 거리 제한을 50m에서 100m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위약금 때문에 편의점 폐점을 못 하는 일을 줄이도록 위약금도 면제하거나 줄여주기로 했다.

자율규약안에서는 점주 책임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는 폐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 부담을 면제해주거나 대폭 감경해주는 방안을 반영했다.

◇ 편의점업계 "과밀해소 도움 기대"…획일적 규제 경쟁 저해 지적도
편의점업계에서는 이번 자율규약안이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으로 불어난 편의점 과밀해소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본사가 가입한 편의점산업협회의 염규석 부회장은 "규약안은 편의점업계가 기존 출점에서 내실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꾼 신호탄이다"라며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김지운 사무국장은 "점주들은 신규출점 제한 거리가 200∼250m 정도는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자율규약이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도 "지금은 편의점 간 거리가 거의 50m나 다름없는데 최소한 두배인 100m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앞으로 (1주일 동안 근무 일수를 다 채운 노동자에게 주는) 주휴수당을 개선(폐지)하는 등 추가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규 편의점 출점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시장 참여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약안이 과밀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사가 잘 되는 시내 요지의 편의점 옆에 새 편의점을 내기 어렵게 돼 기존 점주의 기득권만 보호해 주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악영향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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