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파고드는 K유통·K푸드

주문~배송 1시간으로 단축
젊은 워킹맘 등에게 큰 인기

"1억명 베트남 소비자 잡아라"
한국 유통·식품사 속속 진출
베트남 호찌민에 사는 응우옌 응옥 비 푸엉 씨(33·은행원)는 요즘 마트에서 장을 보는 횟수가 확 줄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중순부터 승차공유업체 그랩과 손잡고 ‘총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그동안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채소 기저귀 등을 주문하면 3㎞ 떨어진 남사이공점에서 3시간 뒤 배달됐지만 이제는 1시간으로 단축됐다.

동남아시아 8개국에 진출한 그랩은 베트남에서 30만여 명의 오토바이와 승용차 운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랩의 상징인 녹색 헬멧에 점퍼를 입은 오토바이 기사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푸엉 씨는 “이제는 퇴근 1시간여 전에 주문해도 그랩 기사가 집으로 물건을 가져온다”며 “나 같은 워킹맘에겐 특히 편리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랩 배송은 e커머스가 훨씬 발달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랩, 우버 등과 같은 승차공유사업 자체가 불법이다.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관련 규제가 없는 베트남에서 그랩과 손잡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지난 6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싱가포르 그랩 본사를 방문해 앤서니 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협력하기로 한 뒤 나온 첫 결과물이다.

유통·식품 대기업들이 출점 규제와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과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의 생산기지로 주목받았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이젠 인구 1억 명의 소비시장으로 부상, K유통 K푸드의 수출시장이 되고 있다. 롯데 이마트 CJ 오리온 GS리테일 등이 선두주자들이다.
CJ, 호찌민 인근에 생산공장…오리온 초코파이·감자칩 1위

중국 시장 철수 등의 영향으로 최근 2~3년간 점포 수를 늘리지 않았던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이달부터 공격적으로 출점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유명 휴양지 다낭과 냐짱에 건설된 신국제공항의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 중이다.

2016년 냉동식품, 김치, 수산물가공 등 3개 기업을 인수한 CJ제일제당은 호찌민 인근에 건설 중인 첨단 통합공장에서 대표 상품 ‘비비고 만두’를 최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감자칩은 현지 파이 및 스낵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K유통·K푸드 기업이 주목하는 건 인구 9600만 명인 베트남 소비시장의 잠재력이다. 30대 이하 젊은 인구가 전체의 60%를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6.8%였고 올해는 6.7%로 예상되고 있다.

호찌민·냐짱=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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