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특위 小소위 '밀실심사' 살펴보니

시한 촉박한데 아직 감액심사
산은 출자 1000억 삭감 빼면 몇억·몇십억씩 '푼돈 삭감' 그쳐
증액 등 반영하려면 14조 깎아야

새벽 3~4시까지 연일 강행군
기재부 실무자 과로에 쓰러지기도

5당 '예산안-선거제 연계' 설전
바른미래·평화·정의당 연계 방침에, 민주·한국당 "절대 안된다"

< 5당 대표, 한자리 모였지만… >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네 번째)과 각 당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정례 오찬 행사 ‘초월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금까지 겨우 1조원 깎았습니다. 세수 손실 4조원과 각 상임위원회의 증액 요구 10조원까지 더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내년도 예산안 470조5000억원의 운명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小)소위원회’로 넘어간 지 사흘째인 3일.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소소위로 가고 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몰아치기 밀실 심사로 인한 문제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날에는 소소위에 배석한 기획재정부 과장이 쓰러지는 일도 벌어졌다. “매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탈이 났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예산별로 5000만원, 1억원씩 줄여서 겨우 1조원을 줄였다”면서 “각 상임위에서 내려온 증액 요구안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겨우 1조 깎았는데…상임위 “10조 증액”

현재 국회 예산심사는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여야 간사·기획재정부 관계자만 참여하는 ‘소소위’로 공이 넘어가 있다. 국회법에도 없는 비공식 기구로, 언론의 취재가 봉쇄되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 ‘깜깜이 심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막판 시간에 쫓기면서 여야 모두 차선책으로 소소위를 가동해 오고 있다.

올해 소소위에 참여하는 예결위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까지도 소소위는 감액 심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소소위는 증액에 집중해야 하는데 감액 심사까지 챙기다 보니 전체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참석자는 “지난 1일부터 새벽 3~4시까지 강행군을 하다 보니 모두 지쳐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감액 규모 1조원은 세수 손실분 4조원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예결위 관계자는 “정부가 5000억원 규모로 산업은행에 출자하려던 것을 야당 요구로 1000억원 삭감한 게 가장 큰 규모이고 나머지는 수천에서 수억원 규모로 감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수결손 4조원과 국회 각 상임위의 증액 요구까지 합치면 약 15조원인데 같은 수준의 감액이 없으면 증액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다른 예결위 관계자는 “이미 법정 기한이 지난 만큼 여야 합의로 예산심사 기한을 더 확보해도 고작 수일에 그치기 때문에 상임위가 증액을 요구한 10조원 규모의 감액은 불가능하다”며 “의원들의 민원성 지역예산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야 3당 “예산과 선거구제 연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예산안 처리를 선거구제 개편과 연계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예산국회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들과 함께 국회에서 정례 오찬하는 모임인 ‘초월회’에서도 여야 간 견해차만 드러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현실적으로 오늘까지 예산안이 통과 안 됐다고 큰 난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협치는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고 연계 입장을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예산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제도 문제도 긴급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원내 1, 2당은 예산안 처리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년간 정치를 했는데 선거구제를 연계시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예산안은 예산안, 선거구제는 선거구제”라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국회가 법정 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예산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부의하는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들어 여야를 압박했다. 문 의장은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의장으로서 아무런 조치도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소집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의 취지 설명을 들은 뒤 정회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장이 예산안 처리 기한을 연장하려면 여야 원내대표들이 오늘까지 합의해오라는 압박용으로 본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필/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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