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파고드는 K유통·K푸드
(1) 한국 대형마트의 新성장엔진

정용진 부회장도 놀란 성장세
호찌민 이마트 올해 매출 600억
단일 점포 기준 대형마트 1위
더 큰 2호점 내년 문 열기로

온라인 쇼핑 선점 나선 롯데마트
13개 점포 기반 모바일 주문·배송
2년내 중형마트 70여개 늘려
맞벌이 20~30대 고객 집중 공략

< 1시간 내 ‘총알배송’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직원이 그랩 오토바이 기사에게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건네주고 있다. /류시훈 기자

지난달 말 오전 8시30분 베트남 호찌민시 고밥지역의 이마트 점포. 한국에선 마트 문을 열지 않는 이른 시간인데도 매장은 붐비기 시작했다.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이곳 소비자는 당일 먹거리를 아침에 주로 구매한다.

올초 고밥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북새통을 이룬 방문객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사람들의 머리만 보였을 정도였기 때문”(이마트 관계자)이다.

베트남사업에 신중했던 정 부회장은 고밥 이마트를 본 뒤 “점포를 더 속도감 있게 늘려 보자”고 주문했다. 이마트의 베트남사업이 공격적으로 선회한 계기였다. 2015년 말 베트남에 진출한 이마트는 고밥점 이후 3년여 만인 내년 상반기 고밥점보다 큰 2호점을 열기로 했다.

13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도 이달 하노이에 14호점을 연다. 2년6개월 만의 신규 출점이다. 롯데마트는 2020년까지는 중형 점포를 중심으로 87개까지 점포망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시장 급팽창·출점 규제 없어

베트남 소비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한국 유통·식품·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년여간 점포를 내지 않고 내실을 다져온 유통기업들의 행보가 특히 공격적이다. 그동안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만큼 내년부터는 베트남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경제성장 추세를 보면 소비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다. 출점 및 영업규제도 거의 없다. 올초 베트남 편의점 시장에 진출한 GS리테일 관계자는 “바로 옆에 편의점을 내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접출점을 규제하기 시작한 한국과는 다르다.

성장 잠재력은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3년간 이마트 고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은 520억원으로 2016년(419억원)보다 24.1% 늘었다. 올해는 6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달 실적은 전국 170여 개 대형 마트 중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천병기 이마트 법인장은 “한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이곳의 약 2.5배로 보면 고밥점 매출은 한국의 1500억원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특급 점포’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이마트는 2호점에 이어 5~6호점까지 매장을 낼 계획이다.
유통시장뿐만 아니다. 롯데리아를 비롯해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운영하는 CJ CGV, CJ뚜레쥬르 등도 현지 업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시장에 이어 문화산업도 커지면서 CJ CGV는 현재 64개인 극장을 2020년까지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1인당 온라인 주문액 오프라인의 두 배

한국 기업은 국내에선 어려운 서비스도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다.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13개 점포를 통해 모바일 주문 및 배송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6월 베트남 내 대형마트로는 처음 모바일 배송 서비스 ‘스피드L’을 도입했다. 20~30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스피드L은 소비자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신선식품 등을 주문하면 가까운 점포에서 물건을 골라 담아 3시간 뒤부터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다. 15만동(약 7500원) 이상은 무료로 배송하고, 그 이하는 ㎞당 5000동(약 250원)의 배송료를 받는다.

배송은 지입 차량과 오토바이가 담당한다. 스피드L로 들어오는 1인당 평균 주문액은 81만4000동(약 4만700원)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1인 평균 구매액 40만4000동(약 2만200원)의 두 배나 된다.

이달 초부터는 ‘주문 뒤 3시간’이었던 최소 배송시간이 1시간으로 대폭 단축됐다.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공유기업인 그랩과 독점 제휴를 맺고 실시간 배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민호 롯데마트 법인장은 “오토바이로 북적이는 호찌민 시내에서 기존 배송 차량은 한 번 나가면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그랩 바이크 기사는 물건을 배송한 뒤 다시 점포로 돌아올 필요 없이 그곳에서 다른 손님을 태우고 각자 영업하면 되는 만큼 비용과 시간이 모두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온라인 쇼핑 규모는 아직 전체 유통시장의 1% 수준이다. 1위 업체 라자다의 연매출은 2000억원 정도다. 롯데마트는 향후 2년간 출점할 70여 개 중형 점포로 그랩을 활용한 스피드L 서비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베트남의 롯데마트 점포들은 매장이면서 동시에 물류센터로 기능하게 된다.

호찌민·냐짱=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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