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역류성 식도염 예방·치료법

늦은 밤 과음·과식 후, 소화시킬 시간없이 잠들면
십이지장으로 내려갔던 음식이 식도 타고 다시 올라와

위액 역류가 계속되면 위산으로 식도 점막 망가져

목에 이물감·쉰 목소리, 신물 나고 속 쓰림 등 증상
수년간 계속되면 암 발병률↑

대부분 위산분비 억제약 처방…증상 심하면 수술·내시경 치료
귤 등 산도 높은 과일 피하고 매운 음식·탄산수 섭취도 줄여야
연말 모임이 늘어나는 때다.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갖고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않은 채 잠들면 위로 내려가 소화돼야 할 음식이 식도로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위험이 크다. 연말과 연초에 역류성 식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속이 쓰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이 계속되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더부룩한 소화불량 증상이 있다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 초기에는 불편감과 이물감만 느껴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약물 치료를 해도 쉽게 재발하는 질환인 데다 증상이 계속되면 식도가 망가져 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도 많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과 예방법,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져 생기는 병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으로 식도 점막이 망가져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위에 든 음식과 위액이 자주 역류하면 이 같은 질환이 생긴다. 위와 식도의 연결 부위에는 하부식도괄약근이 있다. 음식을 삼킬 때는 이 괄약근이 열려 음식이 식도를 따라 위로 내려간다. 음식을 먹지 않을 때는 괄약근이 닫혀 위에 있는 음식이 식도로 올라오지 못한다. 그러나 하부식도괄약근에 문제가 생겨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위와 식도의 경계 부분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역류성 식도염은 선진국형 질병으로 불린다. 서구권 국가에서는 인구의 10~30%가 역류성 식도염 환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개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역류 현상이 생긴다. 식사한 뒤 바로 눕거나 등을 구부리는 자세를 하면 역류 현상이 잘 생긴다. 기름진 음식, 음주, 흡연 등은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하는 원인이다. 혈압약이나 천식약을 복용하는 환자도 약의 성분 때문에 괄약근 기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임신부는 자궁이 커지면서 위 속 압력이 높아져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임신할 때 많이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은 근육 긴장을 줄이는데 이때 괄약근도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은 연말 송년회, 연초 신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잦은 시기에 환자가 늘어난다. 술은 뇌를 마비시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생성을 막는다. 이 때문에 과식, 과음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술자리가 늦어지면 밤늦게까지 음식을 먹은 뒤 소화시킬 시간도 없이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때 십이지장으로 내려가지 못한 음식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

만성 기침 증상 생기는 환자도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흔히 ‘신물이 올라온다’고 말하는 위산 역류 증상을 호소한다. 가슴 위쪽과 목 아래쪽에 타는 듯한 쓰림 증상을 느끼는 환자도 많다.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목 쪽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이물감을 호소하고 마른 기침을 한다. 이유 없이 목소리가 쉬거나 후두염, 만성 부비동염 등 이비인후과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천식처럼 심각한 만성 기침을 호소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이 같은 이물감 외에도 궤양이나 출혈 등 합병증 발생률을 높인다. 오랜 기간 증상이 계속되면 식도가 들러붙는 협착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위 점막이 하부식도괄약근을 넘어 식도까지 올라오는 식도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바렛 식도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식도암, 위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장지웅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동양 사람은 바렛 식도 유병률이 서양 사람처럼 높지 않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드물긴 하지만 심한 식도염이 수년간 지속되면 식도암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살이 찔수록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비만 환자는 과식하거나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복부 비만 때문에 복강 내 압력이 높아지면 위 속 압력이 높아져 역류 증상이 잘 생긴다. 지방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염증성 물질이 위산을 많이 나오게 하고 하부식도괄약근은 약해지게 한다. 비만인 사람들에게 역류성 식도염이 많은 이유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내시경검사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24시간 식도 산도를 검사하거나 식도 내부 압력을 검사해 질환 유무를 확인한다. 박종재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국내 성인 10명 중 1명은 속 쓰림, 위산 역류, 타는 듯한 가슴 통증, 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등의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양성자펌프억제제(PPI)를 쓰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지만 증상이 호전돼 약물을 끊으면 재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고통 힘들면 수술 고려해야

역류성 식도염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근본적으로 식도 기능이나 모양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물치료를 적절히 해야 호전된다. 박 교수는 “고통이 심해 견디기 힘들면 외과 수술이나 내시경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역류성 식도염 수술은 느슨해진 하부식도괄약근을 위 아랫부분으로 감싸주는 복강경 위저추벽 성형술이다. 내시경을 활용해 수술하기 때문에 회복기간이 짧고 절개 부위도 작다.

내시경을 활용한 간단한 치료도 활용된다. 입으로 내시경을 넣고 낮은 주파수의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느슨해진 괄약근을 조이는 스트레타 치료법이 대표적이다. 수술과 달리 흉터가 남지 않는다. 헐렁한 식도 아랫부분을 잘라 좁게 만드는 항역류 내시경수술도 있다. 식도 점막 지름의 4분의 3 정도를 1㎝ 두께로 도려내면 이 부분에 새 살이 나오면서 치유된다. 이때 상처가 생기면서 쪼그라들어 식도 반경이 좁아지고 증상이 나아진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환자들은 귤 오렌지 등 산도가 높은 과일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위산이 많이 나오게 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귤 오렌지 등의 과즙이 든 주스도 마찬가지”라며 “가슴 쓰린 증상을 일으키는 매운 음식이나 탄산음료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양배추에 많이 든 비타민U는 항궤양성 비타민이다. 단백질과 결합해 손상된 위벽을 보호한다. 소화궤양을 치료하고 세포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양배추는 자체로도 포만감을 주는 저열량, 저지방 채소다. 과식을 막는 데 도움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운동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무조건 운동을 피할 필요는 없지만 윗몸 일으키기, 무거운 것 들기 등 복압을 높이는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근육만 자극하는 플랭크, 벽 밀기, 철봉 매달리기 등도 도움되지 않는다. 달리기도 가슴 쓰림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치료 중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운동은 역류성 식도염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장지웅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종재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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