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최혁 기자

“내년 부동산시장은 주택의 공시가격과 면적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입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30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년 투자전략 세미나’에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고가 주택군에 대한 하락 압력이 높아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소형 면적대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건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과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은 세금 부담이 높아져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채 위원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입지 중심 부동산 시장을 면적 중심 시장으로 재편하면서 대형 면적대 약소화 중소형 면적대 가속화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임대사업자 등록 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통해 양도세를 아낄 수 있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면적대의 경우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겹쳐서다.

하지만 9·13 대책에선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선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서울 시내 대부분 아파트가 공시가 6억원을 넘는 만큼 투자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게 채 위원의 분석이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매도 압력이 높아진 점도 가격 하락 압력을 주는 요인이다.

채 위원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기존에 따지던 입지나 상품성 등 펀더멘털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서 “주식의 ETF 시장처럼 세그먼트(공시가격 6억원·전용면적 85㎡ 초과 여부)에 따라 가격 변동성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공시가 6억원을 밑도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풍선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비(非)규제지역이 여기 해당한다. 채 위원은 “하지만 비규제지역은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편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위원은 그동안 주택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났던 대형 면적대 아파트의 강세를 점쳤다. 채 위원은 “중소형 면적대에서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하느니 진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대형 면적대로 갈아타는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공급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투자수요가 가세하면서 ‘나홀로 신고가’ 행진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주택시장에 대해선 약세를 예상했다. 채 위원은 “내년 9월 소유주들이 인상된 종부세액을 고지받은 후 연말부턴 터프한 시장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매물을 받아줘야할 투자수요의 이탈로 하락폭이 커지거나 하락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무주택자들이 자가로 전환하지 않는 한 매물이 소화될 리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자가구매의 구매력을 키워줄 때가 바닥이 될 것”이라며 “예컨대 무주택자들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조치 등이 여기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정책효과가 소멸할 때는 강한 상승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채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선 현재의 세그먼트가 과거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며 “2020년대의 경우 멸실물량이 크게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에 정책 세그먼트가 끝나는 시점과 겹칠 경우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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