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경북 사회적 기업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
2010년 23개였던 사회적 기업
작년 123곳으로 5배 이상 증가
연매출 100억 넘는 기업도 4곳

새 수익모델 발굴 '구슬땀'
창업 5년내 생존율 90% 육박
일반 창업기업의 두배 넘어
정부 재정 끊겨도 사업 지속

청년층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기
취약계층 고용 창출에도 큰 역할

경상북도의 사회적 경제 청년총회 소속 청년들이 공익형 프랜차이즈인 경북 경산의 ‘더3섹터카페’에서 경북만의 독특한 사회적 경제 육성 시책을 홍보하고 있다. 지역과소셜비즈 제공

2010년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귀향해 사회적 기업 한국에코팜을 창업한 김영균 대표(43)는 대기업과 함께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살리고 있다. 종자 생산 계약재배로 마을 농민들의 소득을 창출하며 소멸 위기의 농촌을 복원하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지역 청년들과 함께 중고 주방 가전제품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박종복 책임 대표(38)는 자영업자의 창업비용과 폐업 손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 경상북도 사회적 기업가들이 소멸 위기를 맞은 농촌과 주력 산업 쇠퇴로 위기에 빠진 경북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괴짜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

공학도 출신으로 고향인 경북 울진으로 귀향해 저염 김치를 만들고 세계 최초로 식물성 치즈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남우영 야생초 대표(45). 경남 창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다가 고향 경북 문경에 돌아와 오미자 김으로 1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김경란 문경미소 대표(49). 이들은 모두 20대 때 서울 등 외지로 떠났다가 30대에 고향 농촌에 들어와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을 만든 ‘괴짜 청년’이다.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라는 책에서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세대(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정체를 분석했다. 성과주의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즐기는 세대로 규정했다. 경북으로 귀환한 30대 ‘청년 괴짜’들은 일본의 사토리세대와는 다른 지향을 갖고 있다. ‘판교’로 상징되는 수도권 창업벤처나 실리콘밸리의 청년들 못지않은 도전과 기업가 정신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경북의 사회적 기업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지역과 소셜비즈에 의뢰해 지난 9월17일부터 10월 말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경북 사회적 기업 수와 매출은 2010년 23개, 137억원에서 2016년 111개, 1770억원, 지난해 123개, 2130억원으로 늘었다. 평균 매출은 2010년 6억원에서 2013년 10억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10억원 이상 기업이 32개, 100억원 이상 기업도 4개나 된다.

웰빙 시대에 인기 있는 새싹과 베이비 채소 재배로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안동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대표 이종만)는 올해 경북의 스타 사회적 기업이 됐다. 인증 10년 만에 매출 30억원을 돌파했다. B2B(기업 간 거래) 가전제품 판매와 홈케어서비스, 시스템에어컨 설치 공사를 하는 포항의 다원비투비시스템은 청년과 은퇴기술자,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올해 매출이 130억원대로 높아졌다.

사회적 기업 생존율도 일반 기업보다 높아
국내 일반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9%다. 이에 비해 경북 사회적 기업의 5년 생존율은 88%에 달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수익성도 개선됐다. 경북 사회적 기업은 2009년(11개 기업) 평균 영업손실이 2775만원이었지만 매년 실적이 개선돼 지난해 처음으로 인증 사회적 기업(123개)의 평균 영업이익이 4414만원을 기록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경영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고 있는 김성원 공인회계사는 “경북의 사회적 기업 경영 성적표는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12년간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성공한 대표 사례”라며 “재무적 성과 외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창출,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 청년층의 지역 유입, 소멸 위기 지방 사회·경제 활성화 등을 감안하면 최우수 등급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북 사회적 기업은 고용 성과도 두드러진다. 인증 사회적 기업의 근로자 수는 2008년 195명에서 2013년 1246명, 지난해 2082명으로 증가했다. 유급 근로자에 대한 취약계층 근로자의 비율도 2010년 이후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인원이 대폭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자체 고용이 확대되고 재정 자립도도 높아졌다.

1세대 사회적 기업가, 비즈니스 모델 발굴 노력

경북의 사회적 기업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것은 경북 사회적 기업 1세대라 할 수 있는 30~40대 청년들이 지난 10여 년간 현장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분투한 덕분이다.

박종복 책임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해가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기업, 중간지원조직인 지역과 소셜비즈, 판로지원조직인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 등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제는 3000만~4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의미를 두는 직원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북의 사회적 기업은 다양한 업종에서 생겨나고 있다. 농수산 분야가 19%, 생활 15.3%, 교육 13.8%, 식품 13.2%, 문화예술 8.5%, 돌봄서비스 5.8%, 패션 4.8% 등으로 분야가 다양하다. 지역적으로는 포항 경주 등 동부권이 30.7%로 가장 많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낙후된 경북 북부권이 27%에 달해 경북의 균형 발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

사회적 경제분야 한 전문가는 “자원과 재원이 부족한 지방 경북에서 사회적 기업이 보여준 10년간의 성과는 기적 같은 일”이라며 “경북의 사회적 경제는 현장 사업가들과 지방정부의 행정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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