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멍훙웨이 이어 2020년까지 임기…경찰청 "국가적 쾌거"
러시아 푸틴 대통령 측근 유럽 부총재 국적 누르고 선출

세계 각국 경찰 간 공조와 협력을 총괄하는 인터폴(ICPO, 국제형사경찰기구) 수장에 한국인이 처음으로 선출됐다.

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김종양(57,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인터폴 선임부총재가 총재로 당선됐다고 경찰청과 외교부가 밝혔다.

신임 김 총재는 총회 마지막 날 열린 투표에서 함께 출마한 알렉산드르 프로코프추크(러시아) 인터폴 유럽 부총재를 제치고 총재로 선출됐다.

득표율은 관례상 공개되지 않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인터폴 총재 임기는 4년이지만, 김 총재는 전임자였던 멍훙웨이(孟宏偉, 중국) 전 총재 사임 이후 잔여 임기만 채워야 해 2020년 11월까지 2년간 재직한다.

멍 전 총재는 지난 9월 모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이후 뇌물수수 혐의로 중국 반(反)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돼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김 총재는 멍 전 총재 사임으로 지난달부터 부총재로서 총재 권한대행을 맡았다.

인터폴은 국제범죄와 테러, 재난 등 국경을 넘나드는 치안 문제에 대해 각국 경찰 간 공조와 협력을 총괄하는 협의체로 1923년 설립됐다.

본부는 프랑스 리옹에 있고, 100여개국 경찰기관 관계자 950여명이 파견돼 근무한다.

인터폴 회원국은 194개국으로 유엔(193개국)보다 많다.
총재를 포함해 13명의 위원으로 집행위원회를 구성하며, 아시아·유럽·아메리카·아프리카 4개 대륙별로 총재 또는 부총재 각 1명, 집행위원 각 2명(유럽은 3명)으로 의석을 배분한다.

인터폴 총재는 집행위원회 대표로 총회와 집행위원회 회의 주재, 인터폴 주요 정책과 계획에 관한 의사 결정, 인터폴 재정·사업 심의·의결 등을 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 최대 국제기구 중 하나인 인터폴 총재에 한국 출신이 배출됐다는 것은 국가적 쾌거"라며 "인터폴 총재 재임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상과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1992년 경정으로 경찰에 입문한 김 총재는 서울 성북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5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끝으로 제복을 벗었다.

경찰 재직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관과 경찰청 핵안보기획단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 국제업무 관련 보직에도 두루 근무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인터폴 집행위원을, 2015년부터는 부총재를 맡는 등 국제적 업무능력과 인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외교부는 총재 선거를 앞두고 각국 재외공관을 통해 주재국 정부 부처를 상대로 김 총재 지지를 요청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김 총재는 당선 직후 총재직 수락연설에서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인터폴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공동 목표인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함께 가자"고 말했다.

김 총재 당선에는 러시아 출신 총재 등장에 대한 서방의 반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출마한 프로코프추크 부총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졌다.

미국·영국 등 서방국 정부는 프로코프추크 부총재가 당선되면 인터폴이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탄압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며 김 총재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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