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가 바꾼 시장

삼천리 3분기 매출 157억원…2위 알톤스포츠 142억 추격
알톤 접이식 전기자전거 효자…시장 선점 효과 톡톡히 누려
일반자전거 양사 모두 급감…1% 안되는 영업이익률 숙제

삼천리자전거 팬텀제로

삼천리자전거는 1979년 설립됐다. 이후 40년 가까이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자전거의 대명사로 불렸다.

하지만 이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알톤스포츠가 턱밑까지 추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매출은 삼천리자전거 157억원, 알톤스포츠 142억원이었다. 차이는 15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삼천리가 137억원 많았다. 영업이익은 뒤집혔다. 알톤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삼천리자전거는 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알톤이 삼천리의 1위 자리를 위협한 무기는 전기자전거였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 삼천리가 1위 자리를 내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접이식 전기자전거가 판 갈랐다

알톤스포츠 매출을 끌어올린 ‘효자’는 접이식 전기자전거 ‘니모FD’였다. 지난 3월에 내놓은 물량은 3주 만에 다 팔렸다. 접이식 전기자전거는 전철을 타고 직장까지 버스를 타야 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천리도 20인치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내놨지만 알톤보다 4개월가량 늦었다”고 말했다. 니모FD가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전거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업체 사장은 “니모FD를 찾는 손님이 오면 재고가 없어 다른 브랜드 제품을 권한다”며 “다른 매장에 알아봐도 재고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톤이 올해 출하한 물량 대부분이 판매됐다는 얘기다.

접이식이 아닌 일반 전기자전거도 알톤스포츠가 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톤스포츠가 내놓은 니모가 삼천리자전거의 비슷한 가격대(90만원대)의 전기자전거 팬텀제로보다 두 배 가까이 팔린다고 전했다.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성능면에서도 알톤이 앞선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팬텀제로는 미니벨로 형태여서 디자인은 뛰어나지만 바퀴(림) 크기가 20인치로 니모(26인치)보다 작다. 모터의 도움 없이 같은 힘으로 페달을 돌렸을 때 니모가 더 잘 나간다. 출력(토크)면에서도 니모(35Nm)가 팬텀제로(20Nm)보다 75% 더 높아 언덕길을 잘 오른다.

알톤은 또 전기자전거만 11가지를 내놓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놨다. 삼천리는 7가지 모델을 팔고 있다.

알톤스포츠 니모FD

모두가 패배한 일반자전거 시장

업계는 올해 국내에서 전기자전거가 4만 대가량 팔리고, 내년에는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일반자전거 시장 침체는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결정적이었다. 봄에는 추위와 황사가, 여름에는 더위가 자전거 수요를 위축시켰다. 자전거를 탈 날이 별로 없었다.

자전거 업체들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전기자전거 연구개발비가 더해져 수익성은 뚝 떨어졌다. 알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에 그쳤고, 삼천리는 적자를 냈다. 알톤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개발에 투입한 연구개발 비용에 비해 판매 대수가 아직 부족하다”며 “전기자전거 시장이 더 커지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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