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현재는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자신을 '흑수저'라 비하하지만, 한땐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중산층'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21년 전 IMF 구제 금융 전까지 한국 경제의 모습이었다.

IMF 이후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계약직과 비정규직이 등장했고, 취업난이 시작됐다. 부동산 광풍으로 아이들의 꿈마저 건물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현대사에서 IMF는 구제금융이 있었다는 점 외에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여기에 의문을 품고, IMF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국가부도의 날'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그 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군상을 반영했다. 위기를 알고 막으려던 양심적인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을 중심으로 국가적 위기를 통해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던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 그리고 국가를 믿고 열심히 살았지만 결국 부도의 늪에 빠진 가장 한갑수(허준호 분)를 통해 21년 전 위기 상황을 조명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국가 부도라는 위기 상황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책 없는 정경유착, 점쟁이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대기업의 정책 등은 블랙 코미디로 담겼다.

특히 한시현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남탕"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올 만큼 남성 중심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한국 영화계에서 한시현은 여성 캐릭터도 문제의 해결사로 능동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덤으로 '검은머리 외국인' 재정국 차관이 한시현을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대하면서 분노 게이지가 더욱 상승하는 효과까지 발휘됐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으로 보이게 된 것.

또한 IMF 총재 역의 뱅상 카셀을 비롯해 배우 류덕환, 한지민 등 특별출연과 카메오까지 공을 들인 캐스팅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극의 몰입도를 유지시켰다.

다만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으면서도 극복하지 못한 뻔한 결말은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이다. 교과서적인 흐름이 재미를 반감시켰다. 정의의 사도가 승리하는 쾌감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물론 몇 번의 놀랄만한 반전의 상황은 등장한다. 그렇지만 '생각한 데로' 흘러가는 극의 전개를 환기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금모으기에 동참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IMF, 그 누구도 스크린에 담지 않았던 그 시대 배경을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끄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오는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런닝타임 114분.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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