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압박나선 '촛불세력'

勞·政 밀월관계 올해 중반부터 균열 조짐
'탄력근로 확대' 저지 위해 참여연대 등 총집결
정부 "더 이상 양보없다…불법파업에 엄정 대처"

여·야·정이 최대 3개월로 묶여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 두 번째)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 등 현 정부 핵심 지지층과 정부·여당이 지난 1년여간 유지해온 단단한 밀월 관계에 최근 들어 조금씩 균열이 생기더니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 문제를 놓고 급기야 양쪽이 정면 충돌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19일 친정부 성향의 주요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등 이른바 ‘촛불세력’이 총집결해 정부·여당 압박에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연대 등은 청와대 앞에서 “파업을 통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맞서 정부 내부에서는 ‘더 이상 휘둘리면 안 된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여기서 더 밀리면 다른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서도 강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날로 나빠지면서 정부도 마냥 노동계, 시민단체 입장만 봐주기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 단기 일자리 확대, 근로시간 단축 처벌 유예 등 친고용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이다.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청구서 내미는 노동계·시민단체

정부와 촛불세력 간 갈등은 올해 중순을 넘기면서 부각됐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하자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사실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반발 강도는 더 세졌다.

이후 정부 정책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양상이 반복됐다.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추진 등의 행보에 시민단체는 “재벌에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고, 근로시간 단축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하기로 하자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 취지가 흐려졌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를 주장해왔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지난 17일 여의도에서 조합원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출범에 지분이 있다’고 자임하는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친노동정책의 후퇴 기미가 보이자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청구서를 내밀며 선명성 경쟁을 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노동계 서로 “밀리면 끝이다”

반면 정부 내부에서는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에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한 전직 관료는 “지난 1년간 야당의 공세와 경제지표 악화에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동 행보를 이어왔는데도 응원을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공동 창업주인 양 공짜 청구서를 내밀자 정부도 지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대해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노총이 고집불통이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등 정부·여당 주요 인사가 공식석상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을 잇따라 제기한 것도 이 같은 정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21일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는 양측 모두 강경 방침을 밝히면서 정면 충돌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자동차와 조선업계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준비 중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5일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하지 못한다”며 민주노총을 직접 겨냥했다. 19일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메일 브리핑을 통해 “집회와 시위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경찰도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되 그것이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하고 단속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고경봉/백승현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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