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때리기' 후련해 보이지만
수출시장으로서 중국은 포기할 수 없어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벌였던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수세에 몰리자 고소해하는 한국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이 “중국 경제가 식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자 “중국도 한 번 당해봐야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 현지에서 행정당국의 불투명하고 고압적인 행태와 중국 소비자의 맹목적인 국수주의 등으로 고충을 겪었던 한국 기업인이라면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하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펴낸 올해 백서를 보면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자의적이고 불투명한 중국 법치 및 행정’은 원성이 가장 자자한 대목이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의 불공정 사례와 시장 자체의 활력은 구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수교 후 대중 수출을 통해 꾸준히 성장동력을 유지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과 교역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도 대중 수출을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그 중요성(자국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은 최근 10년 새 약화돼 왔다. 반면 한국 경제에 대중 수출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소득 원천이다. 중국 경제가 식으면 한국은 곧장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상 문제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절대선(絶對善)을 포기하고 일방주의를 선언했다. 외자기업 지분 규제나 국유기업 보조금과 같은 중국 당국의 불공정 행위가 갈등의 배경이 됐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산업화 초창기에는 지금의 중국 못지않았다. 중국이 미국의 공세를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문제는 미국의 일방주의 연장선상에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같은 만성적인 대미 무역흑자국도 올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 경제의 8배에 이르는 덩치와 국가주도형 발전 방식 때문에 미국의 우선 표적이 됐을 뿐이다. 다자 간 절충무대인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 패널을 무력화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를 보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밀리고 나면 나머지 중소국 경제는 추풍낙엽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경제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자동차, 철강 보호무역 조치나 아프긴 매한가지다.

미국의 현 수준 보복관세는 압박 효과가 어느덧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10개월여 동안 중국 위안화는 중국 당국의 빈번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10% 이상 절하됐다. 이는 중국산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그만큼 내려갔고,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미국으로서는 관세를 한껏 더 높이는 보복조치를 실행하거나, 관세 외 다른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예고한 25% 정도의 보복관세는 ‘중국 때리기’를 넘어 한국 등 인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에 매우 부정적 파장을 미칠 게 틀림없다.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은 한층 커졌지만, 당장 6% 미만의 성장세로 주저앉을 것이란 예상은 섣부르다. 현 성장 추이는 중국 공산당이 공급 개혁이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뤄가는 과정이다. 급할 때 쓸 대규모 재정 투입이란 카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국 거시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한국보다 2배가량 높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심정적으로 맞장구칠 이유도 없고 중국 경제의 하강 신호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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