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보다 더 강력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달 중 발의

대기업 공익법인·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 5%로 제한
재계 "순환출자 90% 없앴는데 여전히 기업을 惡으로 취급"
한국당, 黨차원 반대 예고…국회 협상 과정 난항 불가피
여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계열사 의결권을 즉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과 금융계열사가 행사해온 의결권 한도는 5%로 제한한다. 경제계는 “현 정부 출범 후 순환출자를 90% 이상 없앴지만 여당은 여전히 기업을 악(惡)으로 취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안보다 규제 수위 높아져”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정부안보다 강력한 의결권 규제를 담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이달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안으론 대기업 총수 일가의 우회적 그룹 지배를 막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민병두 의원안에 따르면 정부안과 달리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에도 의결권이 제한된다. 예컨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현대차그룹은 법안 통과 시 3개 회사의 마지막에 있는 기아차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억지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이 경영권 위협에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신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한해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당시 “일부 기업에 한정된 문제를 딱딱한 법률을 통해 규제하는 것은 경제적 비용과 정치적 저항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기업의 순환출자가 해소되고 있어 추가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정부 의견과도 배치된다.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자동차 4개, 영풍 1개로 5개가 남았다. 현 정부 출범 당시(93개)보다 88개(94.7%) 줄어든 것이다.
금융계열사·공익법인 지분도 제한

금융계열사와 공익법인의 지분도 의결권 규제가 강화된다. 여당이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총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이용된다고 보고 있어서다. 민병두 의원안은 원칙적으로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게 한다. 여기에 임원의 선임 정관 변경, 기업 합병 양도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5% 이내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7.25%. 1.27%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5월 말 기준 공시)하고 있다. 현행대로면 두 회사의 지분 8.52%는 총수 등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산해 15% 이내에서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생명과 화재의 지분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8.52%에서 5%로 줄어든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장사와 20% 이상 보유한 상장사, 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됐다. 여기에 민병두 의원안은 상장 기업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유 팀장은 “해외 계열사는 규제 대상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내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통과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야당과의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전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의원 등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당 차원에서 반대할 것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기업 경영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비용을 지급한다면 기업 경쟁력은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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