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社 위반 증거 확보"
중국 반독점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한국과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3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담합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들 업체에 조(兆) 단위의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우전궈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국장은 이날 반독점법 시행 10주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말부터 이들 3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사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는 수십개 기업도 조사해 증거 자료를 수집했다”고 덧붙였다.

우 국장은 3개 기업 책임자가 시장감독총국 반독점국에서 사건에 관해 설명했으며, 반독점국도 3개사에 조사 상황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자가 이들 3사에 대한 반독점조사 사실 자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韓 반도체 '정조준', 美와 무역전쟁 겨냥…마이크론까지 견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중국 당국자의 발언 수위가 다소 높은 것에 놀라는 분위기다. 이들 업체는 중국 정부가 가격 담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06년 미국 법정의 가격 담합 인정 판결로 수천억원의 벌금을 낸 뒤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을 모두 없앴다.
중국 내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주요 수요처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간판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자의 발언 맥락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발언은 중국의 반독점법 시행 10주년 기자회견 때 취재진과의 질의 과정 중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독점법 시행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에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말 이들 3사의 사무실을 기습적으로 방문해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배경에 가격 담합 등을 통한 시세조종이 있었는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악용한 끼워팔기 등 위법 행위가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은 3사가 가격 독점 행위를 벌였다고 판단될 경우 2017년 판매액 기준으로 과징금이 4억4000만달러(약 4980억원)에서 44억달러(약 4조7300억원),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기준으로는 8억달러에서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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