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씨알푸드 대표
"바삭한 식감 내려고 매일 800kg씩 테스트"

해외 시리얼엔 로열티 포함
국내 생산 땐 가격경쟁력 확신

GS수퍼·하나로마트 등에 납품…판매자 브랜드 제품 56종 달해
홍삼·감초 등 첨가한 시리얼 등 차별화 된 상품 꾸준히 내놔

우유를 부어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시리얼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간편식 중 하나다. 찬 우유에 부어 먹는 콜드 시리얼의 세계 시장 규모(2015년 기준)는 232억달러, 핫 시리얼 시장은 45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은 미국의 켈로그와 포스트가 양분하고 있다. 100년 이상 된 이들 업체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후발 주자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국내에 진출한 두 회사는 30년 넘게 시리얼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국내 시장 규모도 점점 커져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식품업계는 추산했다.

작년 말 국내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를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국산 시리얼이 켈로그와 포스트 제품을 누르고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인 만큼 홈그라운드 이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 80여 명의 설립 11년차 중소기업이 글로벌 식품기업을 제친 건 이변이었다. 그 이변의 비결을 듣기 위해 서울 문정동에 있는 씨알푸드(본사 소재지 충북 제천) 서울사무소를 찾았다.

이상범 씨알푸드 대표(61·사진)는 2007년 창업 전까지 제조업 분야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1980년대 중반 신용보증기금에 입사한 그는 20여 년간 금융권과 벤처투자업계에서 일했다. “금융 쪽에 있으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랬던 그가 생소한 식품가공업에, 그것도 글로벌 업체가 꽉 잡고 있는 시리얼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사무실 책장 한편에 꽂혀 있던 낡은 공책 한 권을 펼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시리얼 제조업체를 차린 이유가 무엇인가요.

“젊을 때부터 언젠가 제조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처럼 좋은 회사를 설립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공책을 펼쳐 보이며) 이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한 노트인데 여기에도 유한양행 같은 회사를 세우겠다고 썼죠. 사훈도 유한양행 사훈을 식품회사에 맞게 조금 고쳐 정했어요.”

2004년 자산운용사에서 퇴직한 그는 이후 3년간 허브 제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회사를 운영하며 식품·유통시장에 관해 하나씩 공부해나갔다. 그러다가 기회가 찾아왔다.

▶식품 분야 중 시리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켈로그 공장장을 지내다 퇴직한 방대혁 선생님을 만난 게 큰 인연이 됐죠. 국산 시리얼을 생산해 대형마트에 납품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켈로그와 포스트 제품 가격엔 로열티가 포함돼 있는데 한국 기술로 시리얼을 생산하면 로열티를 줄 필요가 없으니 가격을 확 낮출 수 있잖아요.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마음을 먹자 바로 실행에 옮겼다. 공장 부지를 알아보는 일과 시리얼 생산장비 설계, 공장 건물 설계, 거래처 확보, 투자금 유치 작업을 어떤 게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추진해나갔다. 그 결과 회사 설립 1년 뒤인 2008년 말엔 공장 설비를 완성하고 시제품도 생산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 한 곳에 PB 상품을 납품하는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시리얼 대량생산을 추진하던 시점에 일이 터졌다. 소량 생산했을 때는 문제가 없어 보이던 시리얼의 수분 함량과 식감이 문제가 됐다.

▶어떤 문제였나요.

“그동안 국산 시리얼 생산 회사가 없었던 게 이유가 있었죠. 한 번에 거의 1t씩의 옥수수나 곡물을 쏟아부어 그 알갱이들을 하나하나 얇게 눌러 편 다음 겉면뿐만 아니라 안쪽까지 똑같이 말려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겉만 마르고 안이 제대로 안 마르면 시리얼이 눅눅해 바삭한 식감이 안 나오는데 처음 생산한 제품이 그랬죠.”

국내 식품업체 엔지니어는 물론 열역학을 전공한 대학교수까지 관련 전문가들을 제천공장으로 불러들였지만 어디가 문제인지 원인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일본에서 식품 건조공정 전문 엔지니어를 데려온 끝에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 하루에 800㎏씩 반년가량 테스트를 거친 뒤에야 바삭한 식감을 살린 시리얼을 생산하는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씨알푸드는 2009년 이마트 납품을 시작으로 GS수퍼, 하나로마트, 롯데마트·슈퍼, GS25 등 대형 유통업체로 거래처를 넓혀나갔다. 대부분 각 유통사의 브랜드를 단 PB 상품 형태로 납품했다. 지금까지 판매자 브랜드로 생산한 제품이 56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사업 모델이 중소 식품업체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 경영 전략을 ‘천리마 전략’이라고 불러요. 우리같이 작은 회사가 스스로의 힘으로 천 리를 걸어갈 순 없잖아요. 작은 회사가 천 리를 가려면 천리마처럼 크고 빠른 대형 유통업체에 올라타는 수밖에 없습니다.”

씨알푸드는 지난해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씨알푸드에선 그동안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한 상품을 꾸준히 시장에 내놨다. 작은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남보다 뛰어난 기술력밖에 없다는 이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쌀을 원료로 한 시리얼과 쿠키를 내놓고 홍삼, 황기, 당기, 감초 등 한방약재를 첨가한 시리얼을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씨알푸드의 제품 생산량 중 쌀을 원료로 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한다.

지난해 코넥스 주식시장에 상장한 씨알푸드는 매출 172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까지 매출 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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