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
한국공인회계사회 기획 / 전성호 지음 / 15,000원

현대방식과 정확히 일치하는 세계 최초의 복식부기를
개성상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현대로 이어진 고려 개성상인의 경영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회계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돈을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으면 거의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흔히 회계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어렵고 복잡한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회계는 우리 실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국어사전에도 회계를 ‘나가고 들어오는 돈을 따져서 셈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듯 경제활동하는 누구라도 회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듯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회계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 회계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상인이 사용하는 장부 기록 방식으로 상징돼 서양에서 전해져 왔다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대변, 차변, 복식부기라는 용어는 들어보았으나 딱 거기까지만 알 뿐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실은 고려 개성상인이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서 대변과 차변의 개념이 담긴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복식부기를 사용했으며, 장부 속에 합리적인 사고와 정직한 경제활동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쓴 《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은 이런 사실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어떻게 고려의 개성상인이 최초로 발명했을까?

2014년 문화재청은 근대 시기 회계장부인 ‘개성 복식부기 장부’를 등록문화재 제587호로 등록했다. 이 장부는 개성 지역에서 활동한 박재도(朴在燾) 상인 집안의 회계장부 14책과 다수의 문서로 구성돼 있다. 1887년에서 1912년까지 25년 동안의 대략 30만 건의 거래 내역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으며, 이들 회계 자료는 복식부기로 작성돼 있어 현대식 회계 방식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양은 현대식 회계를 20세기 들어서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게 통설인데, 우리 선조는 19세기에 이미 현대식 복식부기를 사용했다.

한편 1786년에 복식부기로 기록된 또 다른 개성상인의 부채장부가 발굴됐다. 박재도 상인 집안의 회계장부보다 무려 100년이나 앞선 자료다. 현재 이 자료는 북한사회과학원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원본을 볼 수는 없으나 국내 한 출판사가 PDF 파일 형태로 자료를 입수, 내용을 확인했다. 또한 일본 고베대 도서관에는 1854년에 복식부기로 기록된 개성상인의 회계장부가 소장돼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복식부기와 이를 근간으로 한 자본주의 전통은 확인된 것만 해도 18세기까지로 앞당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려 개성상인이 세계 최초로 복식부기를 발명할 수 있었을까?
고려 시대 개성은 가까운 항구 도시인 벽란도와 함께 점차 국제적인 상업도시로 이름을 얻었다. 외국 사신이 드나들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공무역이 이뤄졌는가 하면 고려 상인과 외국 상인 사이의 사무역도 활발했다. 이때 아라비아 상인도 벽란도를 통해 개성에 들어와 무역을 했는데, 이들에 의해 고려의 이름이 코리아로 서양에 널리 전파됐다. 그만큼 고려가 세계적으로 활약하면서 개성상인들은 회계의 중요성을 한층 실감했고, 이는 복식부기를 발명하는 원천이 됐다.

세종대왕, 이순신, 그리고 현재로 이어진 경영 철학

개성상인의 경영 철학은 한마디로 정직과 투명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차변, 대변으로 이뤄진 복식부기는 정직과 투명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완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개성상인 철학은 고려를 지나 조선, 그리고 현재로 이어져 왔다. 세종대왕 즉위식 때 아버지 태종과 아들 세종 사이에 회계장부를 인수인계하는 예식이 거행됐는데, 이는 회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나라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행사였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남긴 《난중일기》를 보면 수군 최고 지휘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매일 회계장부를 점검했음을 알 수 있다. 무기의 재고 및 재무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전투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승리로 이끌기 위함이었다.

흔히 자본주의적 전통을 서구 역사와 이론에서만 찾는다. 하지만 그럴 게 아니라 우리 역사, 특히 개성상인의 철학과 원리로부터 찾아야 한다. 《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을 읽어 보며 정직과 투명성을 강조했던 그들의 경영 철학과 전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