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꺼지는 한국 車산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
엘리엇 주장과 상당부분 일치
"헤지펀드의 공세 더 거세질 것"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지니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공세를 재개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자본 12조원 이상을 헐어 주주에게 나눠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내놨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아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무산시키고, 9월 현대모비스를 사후서비스(AS) 부문과 모듈·부품 부문으로 쪼개 각각 현대차,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라고 요구한 데 이은 ‘3차 공습’이다.

엘리엇은 지난 13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이사진에게 서신을 보내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자사주 매입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8조원, 4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 유휴 설비 등 비핵심 자산 매각도 주문했다.

시장에선 엘리엇이 주가 부양을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은 4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끼어든 뒤 현대차(지분율 3.0%)와 기아차(2.1%), 현대모비스(2.6%)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후 이들 3개사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엘리엇은 수천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별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당분간 미룬 상황”이라며 “엘리엇이 주주 역할의 한계를 넘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의 공세가 반복되는 와중에 정치권과 정부는 기업 대주주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정은 최근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상법 개정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조만간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답답해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엘리엇의 주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요지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대부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엘리엇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을 요구해왔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경영권 방어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의 틈을 파고드는 헤지펀드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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