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릿수 경쟁률 등 전에 없던 청약 열기
"청약 제도 개편 전 비규제지역 투자 막차"

'진천역 라온 프라이빗' 견본주택 앞에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한경DB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 시장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전, 대구, 광주 등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지역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중소도시와 공급물량이 많은 부산 울산 등 다른 광역시들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전 분양 현장의 평균 경쟁률은 200대 1을 넘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외 지역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올들어 집값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광주에서는 100대 1에 가까운 청약 경쟁률을 낸 단지가 등장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대상지역 중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는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짧고 분양권 양도세 중과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이달 예고된 청약 제도 개편 전 투자 막차에 오르려는 청약자들이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대전 227대 1 전국 최고 경쟁률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13 부동산 대책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청약 접수를 진행한 아파트는 전국 51개 단지(민영분양 기준)다. 경기권 공급이 13개 단지로 가장 많았고 부산이 9개 단지, 인천이 6개 단지 순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이 기간 각각 5개 단지가 공급됐고 서울에서 4개 단지, 제주에서 3개 단지가 분양했다. 이외에 광주·대전·강원·경북·경남·전북·전남·경남 등에서 각각 2개 단지,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1개 단지가 분양했다.

이 기간 공급된 단지 중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넘은 단지는 19개 단지(약 37%)였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은 대구, 서울, 광주, 안양 등이다. 19개 단지 중 6개 단지가 대구 현장이었다. 대책 이후 대구에 공급된 단지들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3개 단지, 광주에서 2개 단지가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산에서는 단 1개 단지 만이 두자릿수 경쟁률을 냈다.

청약 경쟁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단지는 대전에서 나왔다. 도룡3구역 교수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도룡 포레미소지움’은 지난 9월 말 진행한 청약에서 83가구 모집에 1만8866건이 몰려 평균 227.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대전 지역에서 처음으로 3.3㎡ 당 1550만원을 돌파해 최고가를 경신했음에도 과열양상을 보였다.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는 공급 가격이 낮아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비규제지역이어서 전매제한 기간도 6개월로 짧았다.
분양 관계자는 "실거주보다는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의 청약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전은 최근 3년 간 아파트 입주량이 제주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 대구·광주 100대 1 수준 ‘흥행’
이어 대구·광주·경산에서 분양한 단지들이 약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했다. 대구 달서구에 공급된 '진천역 라온프라이빗 센텀'은 372가구 모집에 4만1213건이 청약 접수돼 평균 110.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책 이후 대구에서 공급된 4개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수성구에 비해 규제가 적은 데다 역세권 입지에 들어서 인기가 높았다는 게 분양 측 얘기다. 투기과열지구인 수성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범어 센트럴’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9.94대 1에 머물렀다. 동구 '대구 안심역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는 18.0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근 지역인 경북 경산의 분양 열기도 뜨거웠다. ‘경산 힐스테이트 펜타힐즈’가 173.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에 없던 열기를 보였다.

광주의 청약 열기 또한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광주계림3차 두산위브'는 367가구 모집에 3만4554명이 청약해 94.1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인기주거지역에서 나오는 재개발 물량인 데다 청약 제도가 개편되기 전에 공급돼 인기를 끌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이달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분양권이 1주택에 포함돼 청약 1순위 자격이 제한된다"며 "개정 전에 분양 받을 수 있는 단지라는 점이 인기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필명 월천대사)는 “광주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시장”이라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광주 ’유동 대광로제비앙‘도 49.7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경기권에서는 의정부, 안양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의정부 ‘탑석센트럴자이’는 최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41.71대 1로 마감됐다. '안양KCC스위첸'은 81가구 모집에 2648건이 청약해 32.69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에서는 동래구 재개발이 선전했다. 온천2구역을 재개발 하는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가 17.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기간 부산에서 분양한 단지 중 유일하게 청약 경쟁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단지다.

서울에서는 이 기간 공급된 3개 단지 모두 두자릿수 경쟁률을 냈다. 강서구 방화동 '신마곡벽산블루밍'은 모집가구수가 69가구로 적었음에도 3778건이 접수돼며 54.7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행정구역으로는 강서구 방화동이지만 마곡으로 인식되며 관심을 모았다"며 "3.3㎡ 당 2000만원의 시장가를 충분히 소화시키는 대기수요가 많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초우성1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리더스원’은 41.69대 1, ‘송파 건원여미지’는 12.15대 1의 평균 경쟁률로 마감됐다.

◆ 31% 청약 미달…경기·강원 부진

반면 공급물량이 많은 지방중소도시와 수도권 외곽의 분양 성적은 처참했다. 16개 단지가 청약 미달 사태를 겪었다. 전체의 31% 정도다. 이 가운데 일부는 청약 접수 건수가 10건도 되지 않았다. 청약 미달 현장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기도였다. '경기 동두천 센트레빌' '이천 라온프라이빗' '의정부 부성파인' ‘운정신도시 라피아노’ 등이 공급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강원도와 제주에서는 청약 접수 건수가 한자릿수인 단지가 나왔다. '강릉 주문진 서희스타힐스'는 201가구 모집에 단 3건 만이 접수됐다. '영월 코아루 다미아'는 279가구 모집에 단 하나의 통장만 들어왔다. '도담카운티 서귀포' '제주 동광리 신화오션빌' 등도 청약 신청이 각각 3건 밖에 되지 않았다. 부산은 지역별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래구 온천동 분양 물량은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진구 개금동에 공급된 '부산 이젠진시티'는 715가구 중 55가구가 미달됐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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